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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철교 1 <춘산채지가>

2024.05.03 | 조회 1248 | 공감 0



본부도장 김남용


※ <춘산채지가>는 동학과 참동학 증산도의 진리를 듬뿍 가사체로 기록한 비결서입니다. 진리 공부에 관심 있는 도생이라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여 도담道談의 주제로 적격입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이라도, 앞으로 다양한 비결 코드를 풀어 가는 데 만능 키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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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철교南江鐵橋 해제]

당신이, 100년 전쯤 이 땅에 살던 지식인知識人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지금이라면 자신의 의사를 책을 써서 발표한다든지 언론의 힘을 빌려 기고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日政 치하라면 상황이 100% 달라집니다. 시대에 편승하여 자신의 머리를 식민 통치의 도구로 써서 부귀영달의 출세 길을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제국주의 식민 통치에 반대되는 의견 제시를 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뿐 아니라 모든 주변 사람들의 생명을 해칠 수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이 비결祕訣 가사라는 것은, 당시엔 기실 극히 일급비밀에 속하는 주제였음에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비결의 결론이란 것이, 조선이 망하고 나면 그 끝에 우리 민족이 새 시대를 맞이한다는 시간의 비밀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보아도 일본이 그 시대의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지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조차 칼을 차고 교단에 섰던 시절인데, 일제가 불량선인不良鮮人이라 불리는 그런 지식인을 내버려 둘 리가 없잖아요. 참동학 초기의 시대적 역할이 그러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새 시대의 여명을 연 동학 창시자 최수운 대신사를 다루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기록 문서 가운데 그만큼 수운 대신사를 이치적으로 자리매김한 글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 말미는 궁궁을을弓弓乙乙이라는 비결의 끝판왕을 넌지시 끌어내는 것까지 진도가 나갔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그림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시대적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작자作者는 지난 호에서 말미에 아주 중요한 단서 하나를 흘리고 있습니다. 바로 궁궁을을이 산산수수山山水水와 관계가 깊다는 것이죠. 너무도 자연스럽게 추임새 넣듯 하였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목적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그 자세한 의미는 이번 남강철교 편을 보아야 연결됩니다.


그럼 이번 편은 어떤 마음으로 보면 좋을까요? 남강철교라는 말은 한번 들어 그 의미를 새기기 쉽지 않습니다. 철교鐵橋는 철로 만든 다리를 가리킬진대 비결 가사 제목으로서는 자못 생뚱맞은 감이 느껴지시죠? 그것이 이번 가사의 묘미입니다. 한마디로 끊어진 것을 연결하는 소통을 상징한다고 할까요? 지난 호의 산山과 산山, 수水와 수水의 숨겨진 의미를 찾는 마음으로 남강철교를 건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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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산채지가春山採芝歌⑤ - 남강철교南江鐵橋 본문 풀이

정월(正月)이라 보름날은 일년(一年)에도 명절(名節)일세

형님 형님 사촌형님 놀러가세 구경가세

앞집에야 김씨형님 뒷집에야 이씨형님

새옷 입고 단장하고 망월차(望月次)로 어서 가세


*️⃣정월正月이라 보름날은

이번 가사의 시간 무대는 정월 보름날입니다. 한자로는 상원일上元日로 천상의 선관仙官이 내려와 사람들의 잘잘못을 살펴 복과 장수를 주는 날이라고 하지요. 정월 열나흗날 밤부터 잠을 자지 않고 대보름 지키기를 하는데, 만약 잠이 들면 눈썹이 센다고 하며 잠이 들면 눈썹에 밀가루를 묻혀 놓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일년 중 제일 큰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달노래」에서 달의 의미를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후천後天과 같이 쓸 수 있는 상징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보름에 행해지던 풍속에 생각해 볼 점이 많습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내 더위 사려~.”를 외친다는 것입니다. 정월이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인데 무슨 더위를 판다는 것일까요?


이날은 오곡밥을 먹고 귀밝이술을 마시며 묵은 나물로 나물을 무쳐 비빔밥을 먹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럼이라 하여 땅콩, 호두 등을 깨어 먹으면 부스럼 등 병을 물리친다고 하였습니다. 아직도 그 풍습은 이어지고 있죠? 이 모든 것은 달이 상징하는, 후천이 오는 과정상의 여러 비밀을 생활 속의 이벤트로 드러내 준 것이라고 봅니다.


광한전(廣寒殿)이 높았으니 월궁선아(月宮仙娥) 맞이 가세

달 가운데 계수나무 상상지(上上枝)를 꺾어다가

머리 위에 단장하고 신선선녀(神仙仙女) 짝을 지어

호천금궐(昊天金闕) 높은 곳에 우리 상제(上帝) 옥황상제(玉皇上帝)

선동옥녀 (仙童玉女) 데리고 가서 세배(歲拜)드리러 올라가세

맑고 맑은 월궁세계(月宮世界) 양친부모(兩親父母)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무궁무궁 극락(極樂)일세


*️⃣광한전廣寒殿이 높았으니 월궁선아月宮仙娥 맞이 가세

대보름을 지켜 온 내력은 무척이나 오래된 것 같습니다. 이제 그 모든 시간을 집약하고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볼까요. 바로 월궁月宮 항아姮娥가 사는 광한전廣寒殿입니다. 이미 여기는 속세의 먼지가 날리는 인간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이 확 드는데요. 무슨 노래 가사처럼 들립니다.


*️⃣호천금궐昊天金闕 높은 곳에 우리 상제上帝 옥황상제玉皇上帝

이렇게 새로운 세상이 오는 소식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바로 호천금궐의 상제님이시라는 겁니다. 상제님이 아니시면 새로운 시공간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삼일신고에서 밝혀 주고 있듯이, 온 우주의 덕德, 혜慧, 력力을 모두 갖추고 계신 삼신상제님.


이 상제님을 세상에 화두로 올린 분은 최수운 대신사였습니다. 상제님이 수운을 찾아오셨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상제님은 글을 지어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치라고 명하셨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천명天命이셨고, 최수운은 『수운가사水雲歌辭』를 통하여 상제님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채지가採芝歌』라는 가사집도 그 연장선에서 상제님의 소식을 전하는 가사체 문서입니다.


올라가세 올라가세 다리 없이 어이갈고

칠월칠석(七月七夕) 오작교(烏鵲橋)는 견우직녀(牽牛織女) 걷는 다리

만리중원(萬里中原) 승평교(昇平橋)는 문장호걸(文章豪傑) 걷는 다리

십선사(十善寺)에 광토교(廣土橋)는 당명황(唐明皇)의 걷던 다리

청운녹수(靑雲綠水) 낙수교(洛水橋)는 과거 선비 걷는 다리

우리 다리 어디 있노 대강철교(大江鐵橋) 바라보니


*️⃣올라가세 올라가세 다리 없이 어이 갈고

앞집의 김 씨 형님, 뒷집의 이 씨 형님, 사촌 형님, 양친 부모, 신선 선녀, 선동 옥녀 모두 함께 상제님을 부모님께 세배 드리듯이 지척에서 모시는 때가 오면 어떻게 상제님을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요즘의 비대면 시대에 풍미했던 줌zoom 문화와 같은 소통疏通의 수단을 찾고 있습니다.


다리는 서로 단절된 공간의 연결 수단을 상징하는데, 우리와 후천이라는 시공간을 연결하는 다리는 무엇일까요?


*️⃣칠월칠석七月七夕 오작교烏鵲橋는 견우직녀牽牛織女 걷는 다리

견우牽牛는 은하수 동쪽의 목동자리, 직녀織女는 은하수 서쪽의 직녀자리.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옥황상제가 드넓은 은하수銀河水를 사이로 서로 갈라놓아 만날 수 없고, 일 년에 단 하루 칠석절에 온 세상 까마귀와 까치가 총집합하여 다리를 놓아 회포를 푼다고 하지요.


너무 잘 아는 스토리, 뻔한 이야기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 저 밑에서부터 샘솟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말이 되니까 울림이 있겠지요. 이제 유명한 다리 시리즈가 전개되고 있는데요.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간직한 것입니다.


*️⃣우리 다리 어디 있노 대강철교大江鐵橋 바라보니

어디 있노~. 작자는 경상도 출신일까요? 정월 대보름 세시 풍속에 놋다리 풍속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놋다리는 경상도 안동 지역에서 대보름 세시 풍속으로 전해 온 것이라고 합니다. 동교銅橋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튼튼한 다리라는 뜻이지요.


작자는 여기서 대강철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강大江은 큰 강이라는 말이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제목에서 남강철교를 알고 있으므로 대강이 진주 남강일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진주晉州 남강南江의 철교鐵橋가 비결어祕訣語라면 매우 생뚱맞은 표현임에 다들 동의하시겠지요. 그런 고뇌는 제목에만 남강철교라고 이름 붙이고 본문에는 또 대강철교라고 한 번씩 사용한 작자의 자리 배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진주眞主의 함의含意를 나타낼 수도 있고, 남강南江이라는 말에서 진주晉州를 본향本鄕으로 하는 진주 강씨晉州姜氏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증산도甑山道라고 상제님의 존호尊號를 구체적으로 노출시킵니다.


이 다리가 뉘 다린가 증산도(甑山道)의 놋다리라

놋다리는 무쇠다리 튼튼하고 튼튼하다

형(兄)님 형(兄)님 사촌형 (四寸兄)님 손길 잡고 올라가세

이 다리는 누가 놨소 부처님의 도술인가

천지풍구(天地風?) 대풍구(大風欨)로 춘왕정월(春旺正月) 진목탄(眞木炭)에

동남풍(東南風)을 빌어다가 삼이화(三離火)에 불을 살라

금강철(金剛鐵)을 뽑아낼 제 천지도사(天地道士) 모였던가

이 다리는 뉘 다린가 증산도(甑山道)의 놋다리라


*️⃣이 다리가 뉘 다린가 증산도甑山道의 놋다리라

지금 지면에 보는 춘산채지가는 해방 후 증산도 2변 도운 부흥기에 팔교리八校理를 지낸 배동찬裵東燦(영주⋅봉화⋅문경 책임자) 선생이 그 지역에서 수집하여 교단에 올린 문서입니다. 세상에 유포된 다른 이본異本에는 경상도 놋다리라는 표현도 보입니다.


진주 남강이 경상도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놋다리가 경상도 세시 풍속인 것도 맞지만, 전라도 정읍에 본부를 두고 있던 보천교가 전라도 땅에 오신 상제님이 진주 강씨라는 포교 책자에 경상도를 강조할 개연성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십오야(十五夜) 밝은 달은 달도 밝고 명랑(明朗)한데

우리 대장(大將) 놋대장 천지수단(天地手段) 손에 있네

정첨지는 헛첨질세 바람결에 돌아가고


*️⃣십오야十五夜 밝은 달은 달도 밝고 명랑明朗한데

진주晉州 남강南江이 ‘진주眞主’로 의미를 중첩하여 해석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이 구절입니다. 이 가사를 지은 분은 천재적 감각을 소유한 분입니다. 십오十五는 진주眞主를 상징하는 상징적 수數인데 매우 구체적으로 증산도의 원주인原主人을 그려 내고 있습니다.


*️⃣정첨지는 헛첨질세 바람결에 돌아가고

가사 중에 작자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포인트라고 봅니다. 여기서 정첨지는 바로 조선 시대 비결서 중의 하나인 『정감록鄭鑑錄』에 나오는 정도령鄭道令을 가리킴에 틀림없습니다. 「칠월식과」 편에서 이미 알아보았듯이 첨지僉知는 낮은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입니다.


동학 문자로 말하면 만사지萬事知와 같은 말이고, 쉽게 표현하면 도통군자道通君子를 말합니다. 만사지보다 더 큰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에는 시간(전생 포함)도 공간도 역사도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조선은 개국 이래 정도령을 찾는 미신迷信에 시달린 나라였습니다. 나라가 혼란스러워졌을 때마다, 예를 들어 질병이 창궐한다든지 반란이 일어났다든지 전쟁의 환란을 겪을 때는 예외 없이 정도령의 검은 기운이 그 배후에 서려 있었습니다. 비록 무식하여도,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는 하층민들까지도 모두 마음 구석 한편에서 정도령을 찾았습니다.


부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 역시 정도령을 찾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정鄭씨를 방문訪問하는 것을 ‘방정訪鄭맞다.’ 하고, 또 사리가 밝으면 ‘내정來鄭이 있다.’는 속담俗談까지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속담이란 특정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형성된다고 합니다. 어떤 표현이 하나의 속담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말입니다. 한두 번으로 속담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속담에 정착될 정도의 파워가 있는 정도령을 헛첨지라고 몰아붙일 때는 무슨 이유가 있어도 있을 테지요?

첫 번째는 정도령과 같은 존재를 완전 무시할 정도의 존재가 등장할 때입니다. 정도령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나와 계룡산에 도읍한다(해도진인海島眞人)고 알려졌지만, 아직껏 정씨로 개국한 이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시대적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그것은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확장입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1894년) 조선 정부를 압박하여 「잠정합동조관暫定合同條款」을 근거로 일등영사 우치다 사다즈치內田定槌에게 전라도 연안에 개설할 통상항으로서 적격지를 조사하라고 명령하였고, 1895년 전라도 연안 시찰 조사 결과를 통해 목포를 가장 유력한 개항장으로 판단합니다.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이 개항됩니다. [부산항(1876년 개항), 인천항(1883년 개항), 원산항(1889년 개항)]


『도전道典』을 보면, 계룡산 정씨 왕국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에게 증산 상제님이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일본 사람이 모든 섬과 산을 샅샅이 뒤지고 물밑까지 더듬어 보았나니 정씨가 몸 붙여 일 벌일 곳이 어디 있으리오. 그런 생각은 다 버릴지어다.”(도전道典 4:70:2~3)라는 기록이 보이는데, 이것은 일본 사람들이 자신들의 개항지를 찾기 위하여 우리의 섬과 산山, 바닷물 밑까지 모두 조사하였던 것을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해도진인이나 정씨 왕국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조선 사람들이 그렇게 신비스럽게 생각하는 특별한 섬이나 바다는 이제 없다고 거꾸로 선언해 주신 겁니다. 넉넉잡고 1905년 이전의 일입니다.


활활 가서 세세 보니 남에 남천(南天) 무지갠가


*️⃣활활 가서 세세 보니 남에 남천南天 무지갠가

「남강철교」 작자는 ‘정첨지’를 선천 비결로 규정짓고 실체가 없다고 단정하는데 그 단서는 무엇인가. 그는 후천이 오는 시간의 비밀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급하지 않고 여유롭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그 비밀이 산산수수山山水水라고 언뜻 속살을 내비치더니, 여기서는 활활(弓弓) 세세(乙乙)라고 조금 더 전진합니다. 세세는 새새라고 하면 너무 꾀를 활딱 벗기는 것 같으니까 살짝 돌려놓은 거지요. 목숨 걸고 다 밝힐 이유가 뭐 있나요. 그런즉 궁궁을을은 산수山水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상고上古 시대에 문명文明을 개창한 신성神聖들은 지령地靈들로서 각각 일산일수一山一水로 지경을 삼고 나라를 세웠습니다. 씨족氏族의 시조가 된 거지요. 후세의 천자天子들은 문명의 시조였던 이들을 자신들이 입는 복식服飾에 수繡를 놓아서 그들을 기리었습니다. 문장紋章이 된 것입니다. 이를 보불黼黻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그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황실皇室의 문장이니까요. 제후국도 그 문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조선은 제후국이라 중국 황실로부터 옷을 하사받아야 왕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의 임금들은 왕위에 오르기 위해 그 보불 문양이 있는 옷을 중국 황제에게 하사받기 위해 중국에 사절을 보내는 데 정성을 다했습니다.


천자국과 제후국의 구분은 간단합니다. 천자天子는 하늘의 아들이므로 하늘(상제님)에 대한 제사권을 갖습니다. 조선의 왕들은 하늘에 천제를 지내지 못했죠. 기우제 기록은 있습니다. 사대주의의 출발이 이러합니다. 지금 힘이 정의인 국제정치는 뭐가 크게 달라졌을까요? 조선 고종高宗이 마침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위에 오름으로써 자주적으로 연호도 사용하고 천제를 지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궁을은 산山과 물水을 상징하는 지리地理 용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궁궁을을은 증산도 놋다리의 몸통입니다. 다리는 여성들이 만드는 사람다리(人橋)이며 이는 후천 음존陰尊 시대의 개창을 상징합니다.


더 부연한다면 궁을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문명文明을 내는 절대적 존재가 역사 무대에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최수운 대신사의 동학은 그 시간대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 주인공, 바로 상제님이 역사의 무대에 오신다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 내내 명明나라에 청淸나라에 숨죽이며 지내 온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으로 전 세계에 우뚝 서는 시간의 태엽이 감겨 있다는 겁니다.


천지공사 시작할 제 우물가에 터를 닦아

구년홍수(九年洪水) 막아낼 제 차돌싸서 방천(防川)하고

진심갈력(盡心竭力) 지내가니 우우풍풍(雨雨風風) 고생(苦生)이라


*️⃣천지공사 시작할 제 우물가에 터를 닦아

이 구절로 보아 이 가사는 동학 가사가 아니라 참동학 증산도의 문서임이 확실합니다. 천지공사天地公事라는 단어가 동학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지공사는 인간으로 내려오신 천지부모 상제님과 태모님이 유일하게 사용하신 용어입니다. 어느 누가 천지공사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요. 


이 가사의 작자가 정첨지 운운하면서 바람결에 돌아간다고 하며 선천 비결이라고 단정한 까닭도 사실 천지의 운로를 새로 짜는 존재를 알기에 가능하였습니다. 그것은 ‘상제님이 오신다!’입니다. 상제님이 오신다는 것은 이제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는 것, 기존 모든 것의 시비곡직이 가려진다는 것, 과거의 이념이나 가치는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한다는 것, 인류가 추구한 모든 가치의 이상理想이 실현되는 시간대에 도달했다는 것 등등을 의미합니다.


우물가는 정읍井邑이고 바로 태모님의 터전입니다. 태모님은 상제님의 9년 천지공사를 ‘10년 천지공사’로 마무리하시는 분입니다. 세상에서는 억음존양의 선천 진리에 편향된 시각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몰라 다만 한국 최초의 여성 교주라고 표현하였지만, 정음정양이라는 새 질서를 열어 주신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이십니다. 태모님에 대한 의식 지평이 열리는 만큼 후천의 음존 세계에 대한 지각문이 열리게 됩니다.


*️⃣구년홍수九年洪水 막아낼 제 차돌 싸서 방천防川하고

차돌은 차경석 보천교주를 말하지요. 이때는 천지부모가 인간 세상에 오셔서 천지공사를 행하시던 때이므로 크게 해원 시대를 설정하고 세운에서는 큰 전쟁이 그치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상제님 태모님과 한 하늘 아래 같이 숨 쉬는 특별한 시간이었지만, 천지공사로 인한 과도기 일정日政 치하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매일 배고픈 시절일 때였습니다.


우우풍풍雨雨風風은 비 그칠 날, 바람 그칠 날 없었다는 말이지만, 평생 그런 세월을 보내신 선조들을 생각합니다. 그때 조선 인구 2천만이 채 안 되었을 때 700만이 상제님과 태모님을 쫒았습니다. 이 가사는 그때 손에서 손으로 베껴 쓰며 포교용으로 역할을 하였을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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