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가 세상에 전하는 가을개벽의 메세지

2010.09.01 | 조회 9496

질문자 김영현 (시민기자)
 
 
“시루(甑), 증산도는 참 큰 그릇입니다”
 
 
“우리 증산도 진리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시루입니다.”
 
안경전(安耕田) 종도사(宗道師)는 이렇게 도담(道談)을 열었다. 2008년 4월 21일 아침. 대전 중리동 증산도 교육문화회관 건물 9층 접견실. 질문자가 말머리에 증산도의‘시루 증(甑)’자를 화제로 꺼낸 데 대한 화답이었다.
 
“우리 상제님의 존호가 증산(甑山) 곧 시루 증,뫼 산입니다. 상제님이 이 땅에 오셔서 스스로 그 존호를 쓰셨습니다. 또『도전』(=증산도 道典)을 보면 상제님 말씀 중에‘너희가 시루의 이치를 아느냐’그런 대목이 있어요. 이 시루라는 것이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요.
솥단지~1 
먼저 우리 증산도 본부가 있는 대전에 보문산이 있는데, 거기서 제일 높은 봉우리를 시루봉이라 합니다. 전국 곳곳에 시루봉이 아주 많은데 그 하나하나가 대부분 그 지역의 주산(主山)입니다. 백두산도 시루산입니다. 또 동양철학에서 인간 생명의 중심으로 치는 단전(丹田)을 시루로 표현합니다. 시루라는 것은 곧 중심부, 근원을 뜻한다는 말이에요.
 
그릇의 크기, 내용물을 담는 기국(器局), 영어로 표현하면 커패시티(capacity)를 따져도 시루 만큼 큰 그릇은 없습니다. 황하의 물을 들이부어도 다 들어가요.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 우주를 담고도 남는 그릇이에요. 그러니 시루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힘, 인류사와 세상의 모든 문화를 끌어안는 역량을 갖는 문화를 상징합니다. 증산도 진리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시루는 또, 그릇의 가장자리부터 익히기 시작해서 점차 그릇의 중심부로 익혀 나갑니다. 결국 그 중심부가 어디냐 하면, 바로 우리 한반도입니다. 그러니까 인류사의 숱한 변화와 변혁의 바람이 한반도 바깥의 먼 곳에서 불기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태풍의 눈, 중심부에서 그 결실을 맺는다는 말이죠. 세상의 중심부가 한반도예요.
 
시루는 이렇게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총체적인 인류사의 모든 문제가 결국 한반도에서 거대한 변혁의 전기점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류가 고민해 온 모든 문제를 이제 여기 한반도에서 끌러낼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지난 100여 년의 증산도 제1, 제2 부흥기 동안 1000만 순도자들이 있었다. 안경전 종도사는, 1970년대 이후 부친인 안운산 태상종도사를 보필하여 30년만에 세번째 중흥의 기틀을 다진 도단(道壇)의 지도자다. 증산도 교리를 체계화하고, 증산도 경전인『도전(道典)』편찬을 주도한 것도 그다.
 

도전세~2
그런 그가 이제 세상을 향해 직접 증산도를 말하기 시작했다. 증산도를 잘 알지 못하는 질문자가 증산도에 대해 묻고, 안경전 종도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도담은 진행됐다. ‘세상과의 경쾌한 대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안경전 종도사와 도담은 2008년 4월부터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앞의‘시루’이야기로 증산도 진리를 세상에 활짝 열어 제친 안경전 종도사는 이렇게 도담을 이어갔다.
 
“옛 성자 중에 명나라 주장춘이란 사람이‘장차 도(道)라고 하는 것은 볶는 데서 나온다(道出於熬也)’했습니다. 앞으로 나올 새 진리가 어떤것이냐, 볶을 오(熬) 자다 이거죠. 익혀야 성숙한 새 진리가 나온다, 과거 인류사의 모든 미성숙한 것을 볶고 익혀야 비로소 성숙한 진리가 나온다는 거예요.
 
시루가 바로 익히는 그릇입니다. 곧 미성숙한 모든 것을 한 데 집어넣고 푹 쪄서 통일되고 조화로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인류 사회의 미성숙한 문명, 문화를 한 데 모아 익혀서 새로이 성숙된 통일문화, 조화 세계를 연다, 그런 의미를 시루가 갖고 있는 것입니다. 서양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시루(증산)를 통해 비로소 진리의 원형, 플라톤이 말한 저 궁극적인 이데아(idea)가 현상 세계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누구든 증산도를 차츰차츰 알아가다 보면 야 이것이야말로 진리로구나, 그성숙한 맛이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다가온 가을개벽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자는 진리”
 
이제‘증산도’라는 명칭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세상에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증산도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어떤 것입니까.

“증산도를 모르는 분들과 도담을 나누려고 하면 흔히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가 증산도가 뭐냐,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한마디로 이야기해 보라 그래요. 어려운 요구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진리나 종교도 그렇게 한 줄로 딱 줄여서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요. 증산도 진리 역시 커다란 우주론에서 섬세한 인간론에 이르기까지 종횡으로 짜여져 있어서 그것을 이것이다 라고 한마디로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줄여봐라 하면, 핵심은 이것입니다.
 
‘천지의 가을철이 다가온다. 가을개벽이 다가온다. 개벽을 앞두고 인간으로 오신 강증산 상제님의 도법(道法), 곧 증산도 진리를 세상에 널리 전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라. 가을개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 많이 살려내라’는 것이에요.
 
‘우주천지의 가을철,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가을 개벽기에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남을 살리고 자기도 사는가?’이제 그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하게 될 터인데 그것은 어떤 기성 종교나 철학과도 비교할 수 없는, 종교를 넘어서는 큰 진리입니다.”
 
 
흔히 밖에서는 증산도를 종교단체로 아는 이들이 많습니다. 종도사께서는‘증산도가 종교를 넘어서는 진리 체계’라고 말씀하시는데 굳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존 종교라고 하는 것은 대개 어떤 신(神)을 설정해서 그것을 신앙하고 매달립니다. 혹은 자기 마음을 깨쳐 마음 속 신성이 열리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진리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신에게만 매달린다고 해서, 자기 마음만 깨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내가 지금 여기 앉아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합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땅이 뒤집어지는 지진이 일어나면, 그 사람은 진리고 뭐고 간에 그것으로 끝입니다.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데 갑자기 백화점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떤 신앙을 가졌다 해도 재앙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몸 담고 있는 틀이 무너지고 바뀌는 판에 신에게만 매달려서는, 깨우침만으로는 천지보다 귀중한 자기 생명을 구원하지 못하거든요. 지금 내가 깃들어 있는 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너질 위험은 없는지, 무너진다면 언제쯤 무너지는지 그런 것을 알아야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틀이 바로 이 우주천지입니다.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금 우주천지의 계절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진리 공부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종교는 그런 데 대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신에게 열심히 기도를 한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10년 20년 앉아서 깨우치려 노력해도, 마음법[心法]만 가지고는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영국에 있는 서점 가운데‘와킨슨 북스’라고 있어요. 전문적으로 정신세계 관련 서적만 취급하는 곳인데, 거기에서 한 책을 읽어 보니까 그 요지가 뭐냐면“마인드 이즈 낫 올(Mind is not all)”, 마음만이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이 직면한 숱한 문제들이 하늘에 빈다고 해서, 마음 속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죠.
 
지축이 기울어져서 온 세상에 불균형과 부조화의 문제가 생기고, 저 멀리 북극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데, 책상머리에 앉아서 도덕을 따지고 계율을 논하는 것으로는 그런 문제에 대처 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개인의 신앙이나 깨달음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하늘땅이 요동을 치고 대자연이 격변을 일으키는 데는 손 쓸 방법이 전혀 없단 말이에요.
 
결국 세상사라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큰 틀인 우주천지와 대자연, 그 안에서 역사(役事)하고 활동하는 신(神)과 신명들, 그 신과 신명들의 활동이 인간의 역사(歷史)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현상세계 등 이 세 가지가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굴러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진리라면 그 세 가지를 모두 꿰뚫어보고,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설명을 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①우주천지라는 큰 틀이 어떻게 생성되고 운행하는가를 설명하는 우주관(觀) ②천지 간에 활동하는 신(神)과 신명(영혼) 세계를 설명해 주는 신관(神觀) ③인간과 현상세계를 설명해 주는 인간관 등 세 가지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성 종교는 그 어떤 것도 이 전체적인 것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증산도 진리만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답을 줄 수 있습니다. 우주가 돌아가는 섭리(理), 거기에 작용하는 신들의 역할과 힘(神),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인간의 현상세계(事). 그것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이-신-사(理-神-事)의 원리’라고 하는데, 증산도에서는 딱 이 세 마디 말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정리해 줍니다.
 
증산도는 특정 단일신에 대한 신앙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마음 속 깨달음만을 추구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우주천지가 움직이는 섭리는 어떤 것인가, 그 안에서 신과 신명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세상에 작용하는가, 또 그런 섭리와 신들의 작용을 받는 인간세계는 어떻게 굴러가게 되는가, 나아가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종합적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우리 증산도에도 의식(儀式)이나 포교 등 부분적으로 종교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이고 전체적으로는 종교를 뛰어넘는 진리 체계인 것입니다.”
 
 
“우주천지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그것이 모든 진리의 시작입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증산도를 이해하려면 우선 내가 몸담고 있는 이 땅, 자연, 우주천지에 관한 주제로 도담을 열어가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며칠 전 태사부님(太師父, 부친 안운산 태상종도사)께서 아침식사를 하시다 말고 문득‘진리라고해서 다 진리가 아니다. 진리는 엄연히 그 틀이 있는 것이다. 그 틀이 뭐냐, 바로 대자연이다.’이런 말씀을 하세요. 우리 인간이 깃들어 사는 대자연, 지구, 나아가 우주천지라고 하는 것이 바로 진리의 틀이고 그것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진리의 원형이 들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가 진리를 공부한다 하면, 우선 우리 인간이 깃들어 사는 대자연과 지구와 우주천지가 돌아가는 원리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대자연과 우주천지의 운행원리를 모르고서는 지금 가정과 사회, 국가, 지구촌 등 인간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와 과제를 해결할 큰 안목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이 도대체 어떤 틀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가, 그것을 아는 데서 진리 공부가 출발하는 거예요.
 
그래서 증산도를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첫 대목에서 우주천지가 운행되는 섭리부터 말합니다. 상제님 말씀에서도 보면‘너희가 진리를 공부하려면 먼저 체(體)를 잡을 줄 알아야 된다’고 하셨거든요. 체(體), 프레임(frame), 인간이 몸 담고 살아가는 대자연과 우주천지, 그것이 바로 진리의 틀이라는 말씀이죠. 우주천지는 어떻게 생성돼서 무엇을 위해 둥글어 가는가, 우주천지가 그렇게 운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속에서 인간은 왜 태어나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이 이제 진리의 근원점인 프레임, ‘우주천지론’에서부터 답을 찾아봐야 한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우리 증산도 진리에 대해 특히 지식인들과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 우주관입니다. 앞서 기성 종교나 과거 위대한 이론들이 해소해 주지 못한 진리에 대한 갈급증을 증산도의 우주론이 해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증산 상제님이 가르쳐 주신 이 우주천지의 운행 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면 인류의 정치판, 종교판, 나아가 동서고금 각 문화의 변화 과정, 각 문화의 특성까지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큰 안목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주 천지는 어떻게 운행(運行)합니까.

“전에 우리 한국의 이소연씨가 한국인으로는 처음 지구 바깥으로, 우주에 갔다 왔습니다. 그바람에 모처럼 우주와 지구가 사람들 사이에서 한창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대우주 전체로 보면 이 지구라는 것이 한 점(點)도 안 된다 말이죠. 그러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무한한 우주에 비추면 얼마나 작겠습니까. 그처럼 작디작은 인간이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그것을 알아가는 것은 참으로 큰 공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우주를 바라보는 대(大)전제가 뭐냐, 바로 세상의 모든 이치는 둥글다, 순환한다는 것입니다. 소우주(小宇宙)라고 하는 사람의 몸속에서 피가 돌고 숨이 돌듯이, 지구가 돌고 천지가 돌고 대우주가 돕니다. 물질과 자연뿐만 아니라 시간도 순환합니다. 예로부터 우리 동양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세상 만물의 이치는‘모든 것이 순환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흘러가면 그만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사실 그것은 서양의 인식입니다. 서양의 전통문화, 기독교문화에서는 시간 개념이 일직선, 일방향이에요. 얼마 전에 대전 한남대학의 한 외국인 교수가 우리 증산도 본부의 국제부 일꾼들을 초청해서 증산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유대인이고 영문학 교수인데 우연히 증산도를 접해 보니 이것 참 합리적이고 멋진 사상이다, 우주의 순환이라든가 선후천(先後天)론 같은 이야기들이 너무 매력 있더란 말이죠. 그래서 자기 강좌에 증산도 일꾼들을 초청해서 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자 했던 거예요.
 
그 사람 말이, 자기들 서구 문화권이나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시간관이 다르다, 순환하는 게 아니다 이거예요. 최초에 신의 창조가 이뤄지고, 피조물 인간의 타락이 있게 되고, 그것이 나중에 휴거(携擧, 산 채로 하늘에 들려 올라간다는 종말론자들의 주장)를 통해 구원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어서…. 이런 식으로, 일직선으로 흘러갈 뿐이지 순환하는 개념은 없다는 겁니다.
 
‘봄에 인류가 태어나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거쳐 겨울(빙하기)을 맞는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그 천시(天時)에 맞는 인류가 또 태어난다, 인류 문명은 그렇게 순환한다’는 것을 서양 문화권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저런 문헌을 뒤져보면 서양의 과거 자연과학자나 철학자들은 우주가 크게 순환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우주에 큰 계절이 있고 그것이 일정한 주기로 순환한다, 그런 기본적인 틀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 순환의 시간대가 약 13만년이다, 라는 구체적인 사실까지는 이르지 못했어도 우주가 주기적으로 크게, 계절 순환한다는 것을 그리스 학자들이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사실은 싹 덮어지고, 대신 플라톤이 말한 진리의‘원형(idea)과 변화의 현상’으로 대표되는 이원론적인 철학이 자리잡고, 이를 기초로 해서 서양의 기독교 신학자들은 신과 인간, 창조와 피조(被造), 타락과 구원 등으로 딱 잘라서 세상을 보는 이원적인 논리로 정착하게 된 거지요. 그런 풍토 속에서 시간이란 것에 대해서도 ‘흘러가버리면 그뿐 순환하지 않는다’는 직선적인 관념이 고착돼 버렸어요.
 
하지만 서양 과학자들이 빙하 층을 조사해보니까, 지구의 빙하기가 그동안 200회 정도 주기적으로 도래했다는 겁니다. 그것은 뭘 의미하느냐,‘우주의 계절’이 있고, 그것이 그만큼 반복 순환했다는 거예요. 빙하기가 오고 그 다음 한 차례 계절이 돌고 다시 빙하기가 오고, 그렇게 우주의 계절이 반복 순환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학자들도 그런 이치를 몰라요.
 
그저 여기저기서 극히 부분적인 화석(化石)을 주워 가지고는 인류가 저 시원(始原) 인류에서 시작해서 200만년, 300만년에 걸쳐 현세 인류로 줄곧 진화해 왔다, 그런 직선적인, 일방향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인간을 보고 우주천지를 보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겁니다.
 
저 하버드 대학의 굴드 교수라고, 그 이가 그런 서양의 전통에 대해 반론을 폈습니다. ‘진화라는 것은 연속해서 죽 점진적으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종종 급격한 진화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한꺼번에 멸종되기도 한다’그런 이론을 냈어요. 일정한 진화의 시간대(時間帶)가 있고 그때가 되면 갑자기 수많은 종이 출현하기도 하고 또 진화가 새로이 시작된다는 거죠. 그게 증산도에서 말하는 우주의 순환법칙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의 진리, 우주의 대섭리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끊임없이 둥글어간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사철 순환과 생장염장, 그것이 섭리입니다”
 
우주천지가 어떻게 순환합니까.

“우주천지는 우선 그 순환 주기(週期)만으로보면 사철 순환을 합니다. 지구의 시간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순환하는 것처럼 우주천지 역시 사계절이 돌고 돕니다. 우주봄 우주여름 우주가을 우주겨울이죠. 그렇게 우주의 사계절이 크게 한번 순환하는 것이 바로 우주년(宇宙年, Cosmic year)입니다. 이 우주년을 알아야 비로소 우리 증산도, 진리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주기적으로 시간만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천지의 사철 순환과 함께 그 안에 깃든 모든 생명체가 일정한 패턴의 활동을 반복합니다. 상제님이 그것을 딱 네 글자로 말씀해 주셨어요. ‘내가 천지를 주재하여 다스리되 생장염장(生長斂藏) 사의(四義)를 쓰나니…’라고말이에요. 생장염장. 아주 명쾌하고 선명하게 우주천지와 그 안의 모든 생명이 그 이치에 따라 돌아간다고 정리해 주신 겁니다.
 
그러면 생장염장이 무엇이냐? 말 그대로 우주천지가 만물을 낳고(生) 기르고(長) 그것을 다 거두어들여(斂) 한 매듭을 짓고, 끝으로 폐장(藏)해서 문을 닫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말하자면 우주천지가 생명을 낳아서 기르고 거두고 쉬고 하면서 끝없이 돌아간다, 우주의 운행이란 것은 바로 그런 순환 과정이에요.
 
시간의 화살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겨울로 갑니다. 그리고 순환합니다. 밤과 낮도 순환합니다. 밤이 있는 것은 낮이 있기 때문이고 또 낮이 지나면 밤이 옵니다. 시간이 그렇게 돌고 도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생장염장이 반복되는 거예요.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법칙, 마음의 법칙부터가 사실 생장염장이에요. 사람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돌아와 쉬고, 다시 날이 밝으면 활동하고 하지 않습니까.
 
낮과 밤이 이어지는 지구의 문명도, 사철이 돌아가는 지구의 1년도, 나아가 태양계와 은하계와 대우주의 순환질서도 바로 생장염장입니다. 대우주에서 인간까지, 생장염장이라고 하는 것은 극대와 극소, 무형과 유형의 모든 것들이 움직이고 순환하는 보편 법칙인 것입니다. 시간은 춘하추동으로 돌고, 그렇게 시간이 순환하는 동안 우주천지와 인간은 끝없이 생장염장을 반복한다는 것이 곧 증산도 우주론의 기본입니다.”
 
 
우주년도 지구의 1년처럼 그 주기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그 주기를 밝혀낸 사람도 있습니다. 상제님 말씀이‘내가 이 우주를 다스리는데 그 시간대를 밝힌 인물이 창세 이래 한 사람이 있다’하셨습니다. 그게 누구냐면 중국 송대의 철인(哲人) 소강절(邵康節,1011∼1077)입니다. 인류 문화의 시원(始原)인하도 낙서(河圖洛書), 그것이 말하자면 동양의 자연수학인데 그 하도 낙서를 가장 깊이 공부한 사람이 소강절이에요. 그 사람이 일찍이 우주의 순환 시간대를 알았어요. 그것을‘일원수(一元數)’라고 하는데 일원수가 12만9천600년이라는 거예요. 우주천지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크게 순환하면서 생장염장하는 주기, 곧 우주년이란 것이 지구 햇수로 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12만9천600’이라는 숫자는 놀랍게도 소우주인 인간부터 무한하게 큰 대우주까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순환 주기수입니다. 먼저 살아있는 사람의 하루 평균 호흡 수와 맥박 수를 계산해서 합쳐 보면 놀랍게도 12만9천600회가 됩니다.
 
지구가 1년 동안 회전하는 도수(度數)도 그렇습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하루 360도씩, 360일 간 회전합니다. 360도씩 360일, 그러니까 그것도 12만9천600도(度)를 도는 것입니다.
 
천지일월이 운행하는 이치도 그것과 한가지입니다. 지구의 360년이 우주년의 주기로는 하루입니다. 그것을 360회 거듭하는 것이 우주년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지구의 햇수로 계산하면 12만9천600년이 되는 것입니다.
 
서양 과학자들이 빙하 층을 조사해 보았더니 평균 13만년마다 지구에 빙하기가 왔다, 그런 이야기를 앞에서 했는데 그것이 우리 증산도의 우주년 순환 주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우주천지가 돌면서 사람 농사를 짓습니다”
 
우주천지가 그처럼 사철 순환하는 이유나 목적은 무엇입니까.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저 누가 보라고, 누가 구경하라고 우주천지가 맹목적으로 순환 운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천지가 사철 순환하는 것은 바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입니다. 지구의 춘하추동 사계절이 존재하는 목적은 초목(草木) 농사를 짓기 위한 것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주년의 사철 순환 역시 농사를 위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무슨 농사냐면, 바로 사람 농사입니다.
 
앞에서 내가 생장염장의 천지 순환 원리를 말했는데, 바로 그것입니다. 농부가 철 따라 농작물을 심고 기르고 거둬들여 저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년의 춘하추동은 천지간에 사람의 생명을 낳고 기르고 거두고 쉬게 하는 겁니다. 왜 사람 농사를 짓느냐? 인간이 바로 우주천지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에요.
 
흔히 우주천지보다 더 귀한 게 인간이라 하지 않습니까. 인간이 우주의 생성과 순환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인간은 우주천지가 낳아서 기르는 객체인 동시에 장차 지상에 이상세계를 건설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주천지가 봄에 인간을 낳고 여름에 열심히 기르는 이유가 뭐냐, 그 끝이 뭐냐, 바로 가을철에 인간으로 하여금 조화로운 이상세계를 세우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인간을 가리켜‘천지의 열매’라고 하는 이유가 거기 있어요.
 
농부가 집안을 이어가기 위해 해마다 농사를 지어나가듯, 우주천지에서 가장 존귀한 인간을 영원히 존속시키기 위해서, 우주천지가 스스로 사철 순환하면서 끊임없이 사람 농사를 지어나가는 것입니다. 우주천지가 사람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 그것이 증산도 진리의 출발점입니다.”
 
 
‘사람이 천지의 열매다’하는 대목이 탁 이해되지 않습니다.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 내내 그것을 기릅니다. 그렇게 기른 작물이 가을에는 열매를 맺지 않습니까? 그러면 농부가 그 열매를 거둬들여서 저장합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면 저장했던 열매를 다시 땅에 뿌립니다. 그것을‘씨종자’라고 합니다. 그 씨종자를 심음으로써 다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농사가 이어집니다. 우주천지가 사람 농사를 짓는 것도 그것과 똑같습니다.
 
우주년의 봄에 천지가 새로운 인류를 태어나게 합니다. 그 인류가 우주년의 여름을 지내면서 성장합니다. 여름에 작물이 쑥쑥 자라듯 인류는 우주의 봄철에 생겨난 이래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뤄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주년의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봄과 여름에 걸쳐 사람을 길러온 우주천지가 이제 추수를 합니다. 초목 농사와 마찬가지로 사람농사에서도 우주천지는 인간들 중에서 올곧은 ‘알캥이’만 추려냅니다. 거기서 추려지는 알캥이란, 우주천지의 진리를 알고 그 진리에 따라 살아온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다 죽습니다. 우주천지에 의해 추려진 알캥이만이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인 후천(後天)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알캥이들이 그 다음에 새로이 시작되는 우주년의 봄에, 인간 생명을 이어가는‘씨종자’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우주천지는 그 씨종자를 가지고 다시 또 한 해, 우주년의 사람 농사를 지어나갑니다.”
 
 
그렇다면 지금 인류가 처해 있는 상황은 우주년에서 어떤 시기에 해당합니까.
 
“지금 인류가 66억명을 넘어섰어요. 앞으로 2~3년이면 이제 70억 단위로 가게 되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계속 분화되고 늘어나서 70억, 80억, 100억으로 늘어나느냐? 그게 아니고, 그럴 수도 없어요. 세계 철학자며 문명비평가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앞날을 전망하고 있어요. 인구가 어떻게 늘어나고 세상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등등 말이에요. 가령 1980년대에‘로마클럽’이라는 단체에서 지구의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했는데, 인구문제 식량문제 자원문제 분쟁문제 범죄문제 등 그런 것들이 얽혀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고 해요.
 
문제는 일단 그들은 지구의 앞날, 인류의 미래에 대해 그것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분화하고 성장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지금 사람들의 치명적인 약점이 때를 모른다, 철을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상제님이 인간들을 철부지라 하신 겁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우주의 시간대, 천시(天時)를 모릅니다. 지금 우주천지에 봄이 와 있는지, 이게 여름인지, 가을인지를 몰라요. 이것이 현대 문명의 맹점이죠. 과학기술에 매달려 보지만 눈 뜬 장님이지요. 과학기술은 발달해서 우주시대로 나간다면서 정작 우주가 순환하는 것, 우주의 때를 모르는 게 문제란 말입니다.
 
지금 인류는 딱 잘라 말하면 우주년의 여름이 끝나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우주천지가 인간 농사를 짓는 일 년 중에서, 그 분열과 성장을 멈추고 가을철의 대성숙, 대통일, 수렴으로 들어가는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도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이 성장 드라이브를 계속할 것도 아닙니다. 후천(後天) 세상으로의 진입, 가을의 수렴과 통일로 접어드는 중인데.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비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선천(先天)과 後天(후천)을 알면 진리의 절반은 공부한 셈입니다”
 
앞서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은 우주천지의 순환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이 선천-후천론이야말로 증산도 우주관, 아니 증산도 진리 체계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우주론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우주관이 바로 이 선천-후천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근래에 들어와 주변을 살펴보면 동양철학을 하는 사람들, 주역이나 정역, 유불선(儒彿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도 제법 선천이다 후천이다 하는 말을 많이들 씁니다.
 
그런데 사실은 선천-후천론은 증산 상제님이 처음 말씀하신 겁니다. 당장 저 동학(東學)의 경전을 보아도 후천이다, 후천개벽이다 그런 말이 없어요. 나중에 나온 정역(正易)에도 선천개벽, 후천개벽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요. 상제님 때가 돼서야 선천-후천이란 말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지요. 실제로 상제님의 말씀 원전인 우리d도 전e을 보면 ‘선천이다’‘후천이다’하는 말씀이 수도 없이 나옵니다.
 
그러면 선천(先天), 후천(後天)이 뭐냐? 먼저 앞에서 물리적인 시간으로 보면, 우주년이 12만9천600년에 걸쳐 사철 순환한다고 했잖습니까. 그 중에서 앞의 두 계절 곧 봄과 여름 5만년을 선천(先天)이라 하고, 가을 겨울 5만년을 후천(後天)이라 합니다. 나머지 2만9천600년은 빙하기로 인간의 생명 활동이 정지되는 시간입니다. 물리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천, 후천이라고 할 때 천(天)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질서, 천지질서를 의미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선천 5만년이다, 후천 5만년이다 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천이다 하면 앞쪽의 천지질서와 천지문화를 말하고, 후천이다 하면 뒤에 오는 천지질서와 천지문화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선천에서 후천으로 간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것 뿐 아니라 아예 천지질서와 천지문화가 확 달라지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선천 5만년의 질서와 문화가 후천 세상으로 접어들면서 완전히 뒤집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증산도에 대해 절반은 공부가 됐다, 그렇게 볼 수 있어요.”
 
 
말씀을 듣다 보니, 선천 세상에서 후천 세상으로 바뀌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무엇이 바뀌는가 궁금합니다. 선천 세상에서 후천 세상으로 간다, 선천 질서에서 후천 질서로 바뀐다는 내용을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우주천지가 낳은 인류는 지금까지 선천, 그러니까 우주년의 봄여름을 살아 왔습니다. 선천 5만년을 열심히 달려왔지요. 그리고 이제 바야흐로 후천 5만년으로 들어가는 문턱, 우주년의 가을 문턱에 와 있습니다.
 
앞서 선천을 움직이게 한 동력, 선천 세상을 지배한 핵심 질서는 한마디로 상극(相克)입니다. 그런 상극의 질서가 생겨나는 이유는 천지의 중심 축, 그러니까 지축(地軸)이 동북쪽으로 23.5 도(度)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햇볕을 받는 게 사시사철, 지역마다 달라집니다. 거기에서 억음존양(抑陰尊陽)의 문화가 생겨납니다. 음의 기운보다 양(陽)의 기운이 지배합니다. 그 바람에 거기서 음양의 불균형이 생겨요.
 
그런 천지의 불균형으로 인해, 천지 안의 만물 사이에는 분열운동, 상극운동이 생겨납니다. 지구의 동서남북 공간마다 환경이 달라져요. 극한 극서지역이 생겨납니다. 어떤 곳은 여름이 계속되고 어떤 곳은 겨울만 계속 됩니다. 달력만 해도 양력과 음력이 맞지 않고 양력이 한 달 빨라요. 그런 모든 것이 지축의 기울어짐, 곧 천지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선천의 특징은 또 생명이 태어나서 자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 천지만물 모든 생명에게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어는 바로‘분열과 경쟁과 성장’입니다.
 
성장하려면 세포가 끊임없이 분열해야 합니다. 씨앗에서 싹이 돋고 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다시 잎이 무성해지고 하려면 끝없이 새로운 분열과 분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동시에 한 생명이 성장하려면 다른 생명과 치열하게 경쟁도 해야 합니다. 다른 경쟁자를 이겨내야 하고 비바람도 이겨내야 합니다. 이겨내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합니다.
 
문명사적으로 보면 강대국, 남성, 힘센 사람들이 득세하고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약소국, 여성, 어린이, 약한 사람들은 지배당하고 차별을 받고 경쟁에서 밀려납니다. 약육강식이죠.
 
원하든 원치 않든 우주천지의 질서, 틀이 상극(相克)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선천 세상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겨루고 다툴수밖에 없습니다. 또 경쟁에서 이겨야만 내가 살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상극의 문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분열과 경쟁과 다툼을 거치면서 모든 생명은‘성장’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분열과 성장이 한없이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봄에서 여름까지 치열하던 성장이 멈춰지고, 반드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시기가 돌아옵니다. 성숙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후천 세상의 도래입니다. 우주년의 순환 절기로는 가을철이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후천질서, 후천문화를 가리켜 곧 가을 문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후천문화, 가을문화의 특징은 무엇이냐? 그 핵심 가치는 바로 성숙(mature)과 조화(harmony)와 통일(unity)입니다. 말 그대로 치열하게 다투던 모든 생명이 성장을 멈추고 이제 성숙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다른 생명과 다투어서 이겨야 했던 선천의 상극 질서는 사라지고, 이제 다른 생명을 먼저 살리고 그 공덕으로 내가 살아나는 상생(相生)의 질서로 바뀝니다. 문명사적으로 보면 약육강식이 아니라 조화와 통일로 평화가 찾아옵니다. 억음존양이 아니라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시대가 되어서 차별이 없어지고 모두가 나름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됩니다. 선천과 후천은 그렇게 천지의 질서가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온 세상이 一家가 되는 後天세상”
 
후천 세상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후천 세상이 어떤 세상이다, 한가지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원체 많은 것이 달라지고, 그만큼 새롭고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죠. 그것을 정리하면, 무엇보다 먼저 세계 질서가 지구촌 일가(一家)문화로 새롭게 짜여진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지구촌이 한 가족이 되는 거예요.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숱한 문제들은 기존의 국가 단위, 개별 사회 단위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제적인 환경 문제, 사회마다 안고 있는 뒤틀린 인간성 문제, 지역분쟁 등등 그런 것들을 어떤 한 국가나 정권이 나서서 해결하지 못합니다. 유엔이 있어도 문제를 끌러내지 못해요.
 
장차 그런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고는 지구촌 통일시대가 됩니다. 지구촌 뿐 아니라 인간과 지구와 우주가 하나로 통일된 질서 속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우주 일가(宇宙一家) 문화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이 증산 상제님의 도법이에요. 그 미래의 문명을 우리는 도술문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과학기술의 시대에서 도술문명의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역사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어떻게 그런 통일문화로 나아가는가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후천 세상에서는 인간의 장수(長壽)문화가 일반화됩니다. 선천 세상에서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무상이다 하면서 절규하고 안타까워했지요. 그런데 상제님 말씀 중에 보면‘앞으로는 하수(下壽), 일찍 죽는 사람이라 해도 700년은 산다. 장수하는 사람은 1천200살도 살고’라고 하십니다. 또 우리 종도사님께서는‘2천살도 살고 3천살도 사는 세상’이라고 하셨어요. 다시 말하면 후천 세상이 되면 인간이 천지와 더불어 생명을 오래오래 누리면서 멋진 선인(仙人)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 대(代)에 걸친 할아버지와 자손들이 같이 사는 거예요. 지금처럼 많아봐야 3대나 4대가 같이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예를 들어 내가 어른들께 세배를 한다, 그런데 위로 5대 할아버지, 10대 할아버지, 20대 할아버지까지 계시잖아요? 그분들께도 절을 해야 하니 절 한번 하려다 허리가 부러질지도 몰라요. 그런 세상이 실제로 오는 겁니다.
 
그런 집에서 교육받는 자손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제로 지금의 가정은 아버지 어머니밖에 없는 핵가족에다, 그마저도 맞벌이다 뭐다 해서 가정교육이 사실상 없어졌어요. 하지만 후천 세상에서는 수많은 어른과 조상들이 자손 교육을 합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파탄난 가정교육, 가정 문화와는 그 차원이 완전히 달라지지요. 자연히 오래 오래 사는 것이 참 행복하고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그처럼 오래오래 살면서 좋은 세상을 봐야 사는 보람도 있지 않겠어요? 기성 종교에서 보면 ‘이 다음에 죽어서 천당 가려면, 죽어서 복 받으려면 살아 있을 때 잘 해라’그러는데 아니 죽어서 잘 되면 그게 무슨 소용 있습니까? 죽어서 천국 가고 복 받고 하려고 신앙생활을 한다? 그건 복이 아니지요. 오래오래 살면서 복락을 누려야 참된 복락이라 할 수 있어요.
 
 
“서로의 마음이 투명하게 비치는 知心의 후천 세상”
 
‘죽지 않고 살아서 오래오래 복락을 누린다’는 말씀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저 멀리에 있는 하늘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땅에 건설되는 후천 세상에서 오래오래 복락을 누리며 산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선천은 억음존양의 세상이었어요, 가령 남자와 여자로 따져보면 남성들이 노동을 하고 전쟁 같은 것을 치르면서 힘센 사람이 득세를 했어요. 하늘과 땅으로 말하면 하늘이 높고 땅은 낮다, 그런 말도 돼요.
 
그런데 후천 세상은 정음정양이 됩니다. 그러니 남자 여자의 관계도 대등해지고 자연의 기운, 특히 하늘과 땅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서양의 창조(創造)라는 말 대신에 ‘생성(生成)’이란 말을 써 왔습니다. 본래 그 말은‘천생지성(天生地成)’에서 온 거예요. 하늘이 어떤 뜻을 내놓으면(生), 땅에서 그것이 실현된다(成),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진리나 종교에서 말하는 이상 세계도 바로 그런 원리로 이뤄집니다. 천국이나 극락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하늘의 뜻입니다. 사람이 후천 세상에서 살아갈 낙원이 이러이러한 것이다, 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땅에서 된다는 말이에요. 그것이 바로 우리 증산도에서 말하는 지상낙원, 후천선경입니다.
 
후천선경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보다 땅이 더 넓은 세상으로 바뀐다는 겁니다. 선천을 지배하던 기운을 동양철학으로 풀면 삼양이음(三陽二陰)이라고 해서 양의 기운이 강했거든요. 그것이 후천에는 삼음이양(三陰二陽)이라고 하는 음(陰)의 운동으로 전환이 되면서 지구 표면이 달라져요. 선천 세상에서는 바다가 많았는데 후천 세상에서는 땅이 더 넓어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앞으로 지구는, 인류 모든 사람이 너도나도 큰 대(大)자로 팔다리를 쭉 뻗고 마음껏 뒹굴 수 있게 됩니다. 사람 숫자는 확 줄어드는데 거꾸로 땅은 확 커지면서 환경이 바뀌어버리는 거예요. 땅을 놓고 다툴 일이 원초적으로 없어져 버립니다.
 
또 후천 세상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어린이 문화’가 중시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도전(道典)에서 상제님 이야기를 보면, 후천 세상을 건설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두 어린이를 보여주십니다. 소녀 호연이, 그리고 소년 복남이입니다.
 
복남이란 아이는 경상도 밀양 태생입니다. 그런데 아기 때부터 영(靈)의 눈이 열렸어요. 그래서 세 살밖에 안됐는 데 그 때부터 자꾸 집을 나가려고 해요.‘ 내가 꼭 찾아뵐 분이 계시다’하고 말예요. 그리고는 기어이 여섯 살 때 혼자서 상제님이 계신 전라도 땅으로 넘어가요. ‘저기 저 곳에 가면 네 아버지가 있다’우주천지가 명령하는 대로 따라 전라도 고부읍 객망리까지 찾아간 거예요. 상제님이 이 아이를 시험하느라고 한 달 동안 문전박대를 하면서 물러가라고 했지만 끝내 물러가지 않아요. 그제야 상제님께서‘이 아이는 천상에서 데리고 온 내 아들이다’하면서 이름을 복남이라고 지어주고 한 평생 데리고 다니셨거든요. 바로 그 복남이가 미래 후천 세상의 남자상(像), 가을철의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소녀 호연이가 있어요. 호연이 아홉 살 되던해에 상제님께서 그녀에게 수행을 시킵니다. 집앞마당에 움막을 짓고 들어앉아서 4개월 동안 밤낮 수도(修道)를 하게 합니다. 본래 영(靈)이 열린 아이였지만 그것을 완전히 열어주려고 그런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호연이가 천지에 있는 모든 신(神)들을 다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가령 뒷문 밖에서 엄마 쥐와 아기 쥐가 그릇에 담긴 누룽지를 훔쳐 먹으려 하는데, 엄마 쥐가 아기 쥐에게‘아예 그릇을 엎어라, 엎어’하고서는, 엄마 쥐가 막상 그릇을 엎어놓고 보니 숭늉이 엎질러지는 바람에 쥐들이 놀라서 후닥닥 도망가고 사람들은 그걸 닦아 내느라고 소란을 떠니까, 호연이 막 웃는 거예요. 그렇게 영(靈)이 열려서 사람이든 짐승이든 신명이든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다 볼 수 있게 되었지요.
 
바로 이 복남이와 호연이 경우처럼 후천이 되면 선천에는 없었던 어린이 문화가 나오게 됩니다. 영의 눈이 열려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열린 마음입니다. 선천 세상에서는 인간들의 마음이 닫혀 있습니다. 하지만 후천에서는 그 마음이 확 열립니다. 천지와 하나가 된 인간, 영(靈)이 열려서 꽃을 보면 꽃의 마음을 알고 나무를 보면 나무와 대화를 하는 경지에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니까 애당초 거짓된 마음을 품을 수조차 없어요. 자연스럽게 거짓이 없는 세상, 그래서 다툼이 없는 세상이 됩니다. 지심(知心)의 세상이죠. 아예 어릴 때부터 영(靈)이 열려서 그런 경지의 사람이 되니까 마음속의 이런저런 번뇌, 탐욕, 증오, 시비지심(시비를 일으키는 마음) 같은 것들이 일찌감치 사라져 버립니다. 한마디로 어릴 때 도통하는 겁니다. 상제님께서는 후천 세상에서‘재주가 있는 사람은 7일, 중간 정도 재주가 있는 사람은 14일,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21일이면 도가 통해서 영이 열린다’고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입니까.
 
앞서 있던 성현들을 봐도, 공자는 제자 72인을 도통시킨 것으로 이야기 됩니다. 불교의 석가모니는 500나한을 가르쳤다고 하고, 기독교에서 예수는 12사도를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증산도에서는 누구든지 영(靈)의 눈이 열리고 도통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도를 통한다, 영의 눈이 열린다’는 것이 일부 성자들, 기운 있는 이들에게 주는 하늘의 아주 귀한 선물이요 그들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됐지만 이제 증산도에 의해 그것이‘대중화’된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이 영의 눈이 열려서, 도통해서 선인의 삶을 누리게 됩니다. 그것이 후천 세상의 특징입니다.
 
후천 세상의 특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고 일단 이 정도에서 정리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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