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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협약

대선 | 2024.09.05 02:45 | 조회 281

                     간도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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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실록’에 적힌 ‘간도협약’ 내용. 1909년 9월 4일 일본은 청나라와 ‘간도협약’을 체결해 간도 지역에 대한 청의 영유권을 인정했어요. 당시 대한제국은 을사늑약 체결로 외교권을 상실한 상태였어요. /국사편찬위원회
‘순종실록’에 적힌 ‘간도협약’ 내용. 1909년 9월 4일 일본은 청나라와 ‘간도협약’을 체결해 간도 지역에 대한 청의 영유권을 인정했어요. 당시 대한제국은 을사늑약 체결로 외교권을 상실한 상태였어요. /국사편찬위원회

오늘로부터 115년 전인 1909년 9월 4일 일본과 청나라가 ‘간도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일본은 청의 간도 영유권을 인정했습니다. 간도는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서 영토 분쟁이 계속 이어지던 곳이었는데요.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채 일본과 청이 조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당시 대한제국은 을사늑약 체결로 외교권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오늘은 간도협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청나라, 간도를 ‘봉금 지대’로

간도(間島)는 압록강과 두만강에 접한 만주 일대를 말해요. ‘간도’라는 말의 유래에 관해선 여러 설이 있어요. 두만강에 살던 사람들이 땅을 일부 개간하고 ‘사이섬’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름이 강 건너 전체를 가리키게 확대되었다는 설이 유력해요. 간도는 서간도와 북간도(동간도)로 나뉘어요. 백두산을 경계로 압록강 연안을 서간도, 두만강 연안 일대를 북간도라고 하지요.

보통 간도라고 하면 북간도를 의미해요. 토지가 척박했던 서간도에 비해 북간도는 토질이 양호해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거주했어요. 지금처럼 국경선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많은 한인(韓人)이 그곳에서 경작을 하면서 살아갔죠.

그런데 17세기에 등장한 청나라가 간도를 자신들의 발상지라는 이유로 ‘봉금 지대(이주를 금지하고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한 구역)’로 정했어요. 특히 조선인들의 간도 지역 출입을 금지했어요. 그럼에도 조선인들은 생업 때문에 계속 간도로 이주했고, 외교 갈등이 빈번해지자 두 국가는 1712년 백두산정계비를 세워 국경을 표시합니다.

간도(間島)는 압록강과 두만강에 접한 만주 일대를 말해요. /그래픽=김하경
간도(間島)는 압록강과 두만강에 접한 만주 일대를 말해요. /그래픽=김하경

하지만 비석에 적힌 ‘서쪽의 압록과 동쪽의 토문을 분수령으로 삼는다’는 내용에서 ‘토문(土門)’이 어느 강인지를 두고 이견이 생겼어요. 조선은 토문강을 송화강 상류로, 청나라는 두만강으로 해석했죠. 토문강이 송화강 상류면 조선 영토가 훨씬 더 위쪽으로 넓어져요. 그래서 ‘토문’이라는 단어 때문에 영토 분쟁이 발생한 거죠. 이후 1881년 청나라는 봉금을 해제하고 자국인의 간도 이주와 개간, 농경을 장려했습니다. 이 시기 먹고살기 어려웠던 조선인들도 간도로 많이 이주했죠. 영토 분쟁 해결을 위한 논의들이 있었지만 문제는 뚜렷하게 해결되지 않았어요.

일본, 만주 진출 위해 이용

그런데 일본이 간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일본의 확고한 대륙 침략 의지 때문이었어요. 대륙으로 나아가려면 만주에 대한 권익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했는데요. 이를 위해 일본은 남만주 철도 부설권에 관심을 가져요. 대륙과 일본을 연결할 수 있는 철도를 짓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갖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청에서 일어난 반제국주의 농민 투쟁인 의화단 사건 진압을 명분으로 러시아군이 만주를 장악하면서 일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요. 러시아가 만주에 대한 지배력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해 나갔기 때문이에요. 결국 이로 인해 러시아와 일본은 전쟁(1904~1905)을 벌이게 됩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에 관한 영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해요. 그리고 만주 진출을 위해 간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일본이 간도 문제에 개입하려면 명분이 필요했어요. 당시 간도 지역의 한인들은 청국 관리들에게 탄압을 받으며 참혹한 상태에 놓여있었어요. 일본은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일제가 대한제국 황실의 안녕과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설치한 통치 기구인 통감부는 간도에 사는 한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비밀리에 사전 현지 조사를 실시했어요. 이 조사를 바탕으로 1907년 통감부간도파출소를 설치했습니다.

1910년대 초 간도로 이주하는 함경북도 주민들. /국립중앙박물관
1910년대 초 간도로 이주하는 함경북도 주민들. /국립중앙박물관

그러자 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거물급 관원과 병력을 간도에 보내 일본에 강경한 의사 표시를 했어요. 청나라는 간도 문제에 대해서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청은 내부 부패로 무너져가고 있었고 혁명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었어요. 간도 지역은 청이 자신들의 발상지라고 생각한 곳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기울어져 가는 왕조의 위신이 더욱 실추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또 일본에 이 지역을 양보하면 다른 열강들이 이 같은 전례를 들어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땅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어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전쟁에 막대한 돈을 쓴 만큼, 추가로 청과 전쟁을 치를 처지는 못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국제 정세도 중국에 우호적인 상황이었어요. 일본이 만주 지역으로 세력을 확대하자 독일, 미국 등이 견제하려고 나섰거든요.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자 일본은 청과 외교 교섭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남만주의 철도 부설권 등을 일본이 얻는 대신, 간도 지역에 대한 청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간도협약이 체결됐습니다. 협약을 통해 일본과 청은 두만강이 우리나라와 청의 경계선임을 확인했어요. 간도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의 거주권과 토지 소유권은 인정했지만 사법권은 청이 행사하는 것으로 규정했죠.

일본과 청의 간도협약 체결 이후 간도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치발을 하고 중국식 옷을 입어야 했어요. 청으로 귀화하라는 압박도 받아야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간도 영유권을 청에 넘긴 대신,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만주 지역 철도와 광산 이권을 가지게 됐습니다. 간도 일부 지역에는 일본 영사관이 설치됐고 이를 통해 일본은 간도 지역 한인들을 통제할 수 있었죠. 그렇게 간도에 살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 양쪽에서 견제를 받아야 했답니다.

                      <참고문헌>

1. 서민영, "숨어있는 세계사 간도협약", 조선일보, 2024.9.4일자.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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