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의 함정

대선 | 2024.09.18 03:23 | 조회 223


                                                                          뉴라이트의 함정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한 광복회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본 국적' 발언이 보여주듯이, 뉴라이트는 어느덧 한국 정치의 권력투쟁 한가운데 서 있다. 대통령은 뉴라이트를 모른다고 했고, 뉴라이트 인사임을 자인한 공직자는 없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3대 역사기관장의 임명, 이승만 국부론, 독도 지우기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조직화된 일관된 흐름에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좌에서 전향한 서울대 안병직 경제학과 교수 등 역사학계의 비주류인 일부 경제사 연구자들이 식민지 근대화론과 건국절을 주장한 데서 출발한 뉴라이트가 역사 전쟁을 넘어 이념전쟁을 촉발하고, 한일 관계, 남북 관계, 동북아 신냉전의 구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뉴라이트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뉴라이트를 단순히 친일을 옹호하고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이론 체계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보수 정치세력의 이념으로 선택되면서 '정치적 프로퍼겐다'의 지위를 획득했고, 확증편향이 강한 권위주의 지도자인 대통령의 비호 아래 뉴라이트는 여권의 주류로 전격 부상했다.

뉴라이트의 성장은 민주·진보세력이 주도한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반작용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은 친일이 뿌리인 보수 정치세력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성격을 가졌다. 반공이데올로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보수 정치세력은 뉴라이트를 육성해 왔다. 친미 성향으로 국익을 위해 한일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정당 지지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극도로 진영화된 정치 지형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당파적 선동'으로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보수정당 지지자들은 정작 그 실체는 잘 모르면서 뉴라이트에 호응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 보수·진보를 떠나서 접근해야 할 역사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돼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뉴라이트가 보수정치세력에게 매력적인 것은 친일과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움으로써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체제 유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 한일 군사동맹의 추진을 정당화시켜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일 군사동맹이 맺어지면 북·중·러에 대항하는 한·미·일 동맹체제가 완성돼 국가의 안보와 경제가 굳건해진다는 것이다. 김태효의 중일마 발언은 이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1948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대한제국은 임시정부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과 배치된다. 이를 채택하면 과거사만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일본, 중국과의 독도, 북한에 대한 영유권 분쟁에서 취약해진다. 둘째, 뉴라이트는 약육강식(적자생존)의 질서를 세계관으로 전제하고 있다. 4대 강국의 각축장인 한반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사대 외교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자주·독립의 정신과 인권·정의·연대의 가치관으로 스스로 무장해야 한다.

친일을 무한정 단죄할 수 없고 대일 외교에서 균형감각이 필요하지만,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희생했던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려야 한다. 인류사적 관점에서 일제의 전체주의와 식민주의에 저항했던 역사이기에 소중하다. 개인의 이(利)로움을 버리고 홍익인간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기초해 공동체의 의(義)를 추구했기에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뉴라이트를 반일·친일의 정치·외교적 프레임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가공동체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뉴라이트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 


                                                                                   <참고문헌>

   1. 최인호, "뉴라이트의 함정", 대전일보, 2024.9.12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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