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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코리아 3 - 생존의 관건

2020.03.12 | 조회 2755 | 공감 0

코로나 코리아


대전 한국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하민석 
(hum50000@naver.com)


생존의 관건

2009년 신종플루 판데믹 시에 저는 대학병원에서 ‘신종플루 전담의사’로 매일 200여 명의 발열 환자들을 대면하였습니다. 낮에는 외래에서, 밤에는 응급실 옆 컨테이너 박스에서 마주한 감기 증상 환자들 중 절반 정도에게 신종플루 확진을 통보하였습니다.


바이러스와의 사투 최전방에 있었으나, 전 백신을 맞지도 않았고, 치료제를 쓰지도 않았습니다(초기엔 타미플루도 없었죠). 누구보다 전염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흔한 감기 증상 하나 없이 그 환란을 거뜬히 통과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의 코로나19는 원인 바이러스와 감염력, 치사율 면에서 당시의 신종플루와 다르죠. 그러나 병은 달라도 약은 하나입니다.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맷집. 그때 절감한 것이 각자의 ‘면역력’입니다. 결국 철저한 개인 위생과 면역력 강화가 생존의 관건입니다.




면역력 증강

최근 ‘점막 면역(Mucosal imumunity)’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염성 질환은 최전방 점막의 일차방어에서 결판이 납니다. 비강, 구강, 호흡기, 소화관, 비뇨생식기 등을 감싸고 있는 점막에 면역세포의 80%가 몰려있습니다.


항원에 특이적인 분비형 IgA의 반응이나 직접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세포장해성 T세포 유도로 침입자를 처단합니다.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 점막을 마르게 하여 바이러스 생존력을 높이고, 바이러스 방어력은 떨어트립니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떨어지죠. 실제로 메르스의 경우 온도가 20도, 습도가 40%일 때는 48시간 이상 생존했지만, 온도가 30도, 습도가 80%로 높을 때는 8시간밖에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체온 유지와 수분 보충이 면역력 증강의 근간입니다.




바이러스 예방 수칙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감염된 사람의 타액으로 전파됩니다. 사람 간의 직접 감염은 침방울이 튈 수 있는 180센티미터 이내에서 발생합니다. 비말로 배출된 바이러스는 타인의 호흡기에 직접 들어가거나 생활환경에 부착됩니다.


비말로 떠 있는 바이러스는 마스크로 막을 수 있지만, 승강기 버튼과 문 손잡이 등 생활환경에 부착된 바이러스는 수 시간을 생존하며 우리의 호흡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은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만지고 있고, 우리의 손을 끊임없이 얼굴로 향합니다(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하루에 평균 3천 번 정도 손으로 얼굴을 만진답니다).


결국 바이러스 전파의 중요한 매개체는 손입니다. 눈을 비비고, 코를 후비고, 입을 만지며 점막에 바이러스를 배달합니다. 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손 씻기입니다.




겨우 몇 개의 단백질 껍질을 가진 바이러스는 단백질 녹이는 비누나 소독용 알코올에 취약합니다. 손 씻기의 핵심은 ‘자주’입니다. 손을 3시간만 씻지 않아도 세균이 26만 마리까지 생긴답니다. 손만 잘 씻으면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은 21%까지 줄일 수 있고, 여러 감염 질환을 70%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올해 성인의 81.2%가 외출 시에 마스크를 꼈답니다. 2016년의 35.3%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죠.


바이러스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킨 결과 올해 독감 환자는 67%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의 내과와 소아과 독감, 감기 환자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더군요. 격상된 위생 관념이 코로나19를 비롯하여 기존에 기승을 부리던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비타민C와 규칙적인 생활습관

코로나19의 특별한 대항마로 고용량 비타민C 정맥주사 요법도 중국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활성산소 축적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막는 강력한 항산화제이자 바이러스 사멸과 복제 방지에 관여하는 항바이러스제인 비타민C를 일상에서 넉넉히 보충하는 것도 면역력 강화에 주효합니다.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C가 풍부한 양파, 에너지 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마늘, 체온과 백혈구수를 올려주는 생강,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홍삼 등도 면역력을 올리는데 일조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잘 풀어줘야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심리적 집단 면역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전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습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책임자로 정부의 방침에 따라 환자들을 선별 진료하였습니다. 각 병원마다 환자 격리를 위한 음압병실이 설치되었죠.


치사율이 높았던 메르스는 어수선하고 흉흉한 사회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그 와중에 절감했습니다. 메르스보다 밉스(MIPS, Mers Induced Panic Syndrome, 메르스가 유발한 대사회적 공황, 멘탈 붕괴)가 더 밉고 무섭다는 것을.




제가 일하던 대학병원 인근의 초등학교가 돌연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당시 4살이었던 제 딸은 어린이집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부모가 병원에서 일한다는 게 이유였어요.


2015년의 MIPS가 더 증폭된 형태로 2020년에 횡행하는 모습을 요즘 곳곳에서 목격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공포의 진원지는 처음 마주하기에 갖는 불확실성입니다. 무지가 부르는 불안과 혼란이 사람들의 마음에 심각한 바이러스를 심어줍니다. 불합리한 차별과 극도의 이기심이 고개를 들고 사회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연일 폭증하는 확진자 수에 놀라며 공포심에 이성을 잃는 것은 면역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증폭된 것은 우리네 의료 시스템이 적극 대응하여 감염자를 재빨리 찾아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의학 전문가들도 이를 두고 투명성과 열정의 산물이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많아서 최전선에 있는 제 입장에선 비판할 것도 많지만, 격무에 연일 고생하는 질병관리본부 및 각 지역 의료진들에게 부디 든든한 응원과 탄탄한 지지를 보내주십시오.




격려와 긍정과 희망의 심리적 방역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냉철하고 냉정해야 합니다. 경각심과 더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확산되는 심리적 집단 면역도 확진자 수에 비례하여 증강되어야 할 것입니다.



연대와 협력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지 않고 감기처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는 게 최선입니다. 이번 겨울에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1만 2천 명이 숨졌지만, 인류는 전혀 공포를 느끼지 않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상의 질병이 되었기 때문이죠.


코로나19가 새로운 계절성 질환이 되어 ‘감기와 독감의 계절’이라는 표현이 ‘감기와 독감과 코로나19의 계절’로 업데이트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역저 <총, 균, 쇠>를 최근에 다시 훑었습니다. ‘균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그의 혜안 그대로 앞으로 신종 바이러스들이 줄줄이 찾아와 인류를 줄기차게 각성시킬 겁니다(박멸된 천연두 바이러스가 생물학 무기 형태로 다시 출현할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천적이 없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에게 최소이자 최대의 적인 바이러스. 이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입니다.


그동안 의학계가 의료 기술 향상을 위해 서로 경쟁해왔다면, 이젠 공중 보건 개선을 위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생존이 화두인 시대.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대세인 시대.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 마음 되자~” 악수도 꺼리는 시기가 얼른 지나가길, 황량한 거리에 인파가 가득한 봄날이 속히 돌아오길 염원합니다.


동방의 등불, 코리아가 코로나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역사에 당당히 기록되길 더불어 열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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