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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의 천주天主는 어디에서 왔는가?
신(God)의 다른 이름 데우스(Deus)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서 '호모(homo)'는 '사람', '데우스(Deus)'는 신(God)을 뜻하므로.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신(God)을 Deus로 쓴 라틴어 성경
실제로, 라틴어 성경에는 신(God)이 데우스(Deus)로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다른 하느님의 호칭.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용어를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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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Deus를 천주로 번역한 신편천주실록
중국에서 처음 선교를 시작한 선교사 미켈레 루제리(1543~1607)는 마테오 리치 신부님과 함께 <포한사전>을 편찬하고 중국 고전 <사서>를 라틴어로 번역했는데요. 그는 중국인 철학자와 그리스도교 사제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라틴어 서적 <신성한 일들에 대한 진실되고 간략한 설명>을 쓰고, 이것을 다시 중국어로 옮겨서 <신편천주실록>(1584)을 발간했습니다.
Deus=天主라고 번역한 중국어 교리 교육서 <신편천주실록>
<신편천주실록>은 ‘Deus'를 '천주(天主)’로 번역한 최초의 서적이라는 점에서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동서 신관과 문화 교류에 큰 공을 세운 마테오 리치(1552-1610) 신부님의 <천주실의(天主實義)>(1603)의 모체가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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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天主는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어 '천주'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기독교가 탄생하기 훨씬 전이죠) 당시에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곁에는 왕의 스승이자 군대의 총사령관인이었던 태사(太師) 강태공(姜太公)이 있었습니다. 그는 산동성 지역에 책봉되어 제齊 나라의 시조가 되었는데요. 이때 팔신제(八神祭)라는 천제(天祭)를 지냈습니다.
팔신은 '천주(天主), 지주(地主), 병주(兵主), 양주(陽主), 음주(陰主), 월주(月主), 일주(日主), 사시주(四時主)' 인데요. 첫번째 '천주'가 바로 하늘의 주신(主神)이신 상제(上帝)님을 뜻하는 말입니다.
강태공의 실물과 가장 닮았다는 초상화
'하늘의 주인, 하늘의 주신'이라는 뜻의 '천주'가 지금의 중국 땅에 전해진 것은 제나라 강태공의 팔신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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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이 천주교가 되기까지
마테오 리치 신부님 사후에 예수회의 중국 선교 책임자가 된 롱고바르디(N. Longobardi)는 ‘데우스(Deus)’를 ‘천’(天), ‘상제’(上帝), ‘두사’(斗斯, Deus의 중국어 음역) 등 여러 용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천주’(天主)로 통일했습니다. 이때부터 Deus는 천주가 되고, 가톨릭은 '천주교'라 불린 것입니다.
17세기 초 청나라를 다녀온 조선의 외교 사절단에 의해서 <천주실의(天主實義)>가 조선 땅에 유입되었습니다. 18세기 중엽부터 이익, 홍대용 등 실학자들이 천주교를 학문적으로 탐구하다가, 1784년(정조8) 3월에 이승훈이 북경에서 ‘베드로’라는 세례를 받고 귀국하여 전도를 시작하면서부터 가톨릭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천주교(天主敎)로 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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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시천주
'천주'라는 호칭은 근대사의 문을 연 최수운의 동학(東學) 주문에도 나옵니다.
1860년 수운 최제우는 천상에 계신 상제님과 문답을 주고 받는 '천상문답사건'을 체험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으로부터 도통을 받은 것이죠. 이때 상제님은 최수운에게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라는 열 석자 주문을 내려 주시는데요. '시천주(侍天主)'는 '천주님을 모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천상문답사건에서 상제님은 당신의 신원을 '상제'라 밝혔습니다. '상제(上帝)'는 조선에서 익히 알려져 있는 용어였는데요 정작 시천주주에는 왜 '천주'라는 호칭을 썼을까요?
“두려워 말고 겁내지 말라.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상제(上帝)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
『동경대전』 포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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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천주의 천주는 천주실의에서 왔을까?
도올 김용옥 선생은 최수운 대신사가 을묘년에 받은 천서(天書)를 마테오 리치 신부님의 <천주실의(天主實義)>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최수운 대신사가 『천주실의』를 봤다 해도, 그것을 계기로 '천주'라는 호칭을 시천주주(侍天主呪)에 사용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첫번째, 마테오 리치 신부님은 『천주실의』에서 '천주는 바로 상제'라고 했습니다. 'Deus=God=천주=상제'는 같은 분이라는 것입니다. 최수운 대신사가 『천주실의』를 봤다면 '상제'라는 호칭을 몰랐을리 없고,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호칭인 '상제'님으로 했을 겁니다.
호천금궐 상제님을
네가 어찌 알까 보냐
『용담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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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밝혀진 천주의 본래 뜻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님은 '시천주'의 '천주'는 '천지(天地)의 주인'이란 뜻이라고 정명하셨습니다. 천주님 즉, 상제님은 하늘만의 주인이 아니라, 하늘과 땅, 천지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상제님이 시천주주에 '천주'라는 호칭을 사용하신 뜻이 아닐까 합니다.
상제님이 '하늘과 땅의 주인, 주재자'라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장자』에 나옵니다.
하늘은 움직이는가?
땅은 머물러 있는가?
일월은 서로 자리를 다투는가?
누가 이것을 주장하는가?
누가 이 질서를 유지하는가?
누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이것을 운행하는가?
어떤 기계적 장치에 의해 부득이 하게 그런 것인가?
혹은 그 운전은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것인가?
구름이 비가 되는가?
비가 구름이 되는가?
누가 이것을 일으키고 베푸는가?
누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이것을 즐기며 그렇게 만드는 것인가?
...
이는 상황上皇이 하시는 일이다.
『장자莊子』 천운편
여기서 상황은 바로 상제님=천황(天皇)을 뜻합니다. 이와 비슷한 의문과 해답이 동학에도 있습니다.
저 옛적부터 사계절이 갈머들고
비와 이슬이 내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의한 것인가,
천주天主의 조화의 자취인가?
『동경대전(東經大全)』 포덕문
누구나 품을 수 밖에 없는 의문에 대해서 최수운 대신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 옛적부터 봄과 가을이 갈아들고
사시가 성하고 쇠함이
옮기지도 아니하고 바뀌지도 아니하니
이 또한 한울님의 조화의 자취가 천하에 뚜렷한 것이로되,
어리석은 사람들은
비와 이슬의 혜택을 알지 못하고
무위이화無爲而化로 알더니...
『동경대전(東經大全)』 포덕문
봄여름가을겨울 사시(四時)의 순환과 비와 이슬이 내리는 것도 자연 스스로, 저절로 되는게 아니라, 천지 질서의 주재자이며 통치자이신 '상제님=한울님=천주님'의 조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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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왜곡
그러나, 천지의 주인, 상제님을 모르는 후학들에 의해서 최수운 대신사가 외친 '시천주'의 뜻은 잊혀지고 왜곡되었습니다.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은 최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이 아니라, 최시형, 손병희 등 후계자들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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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님을 찾아서
지금까지, 가톨릭에서 사용한 신(God)의 호칭 Deus가 중국 선교사들에 의해 천주와 상제로 번역되면서, 인격적인 하느님인 상제님과 천지의 주인인 천주님이 가톨릭의 무형의 하느님이자, 하늘에 계신 하느님으로 변질되고, 최수운 대신사가 친견한 상제님도 후대에 사람 마음 속 하늘로 바뀌었다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무엇보다, 천주의 참뜻인 '천지의 주인'을 잃어버리면서, 천주님을 '하늘에만 계시는 하느님'으로 오해하거나 하늘과 음양인 땅의 주인을 망각함으로써 인간과 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수운 대신사가 세상에 전했던 '시천주'의 참뜻은 천지의 주인이신 상제님이 인간 세상으로 오시므로 그 분을 잘 모시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운(崔水雲)에게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내려 대도를 세우게 하였더니 수운이 능히 유교의 테 밖에 벗어나 진법을 들춰내어 신도(神道)와 인문(人文)의 푯대를 지으며 대도의 참빛을 열지 못하므로 드디어 갑자(甲子 : 道紀前 7, 1864)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신미(辛未 : 道紀 1, 1871)년에 스스로 이 세상에 내려왔나니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수운가사(水雲歌詞)에서 말하는 ‘상제’는 곧 나를 이름이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편 30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