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간 흔드는 최근 3개 사태
대한민국 근간 흔드는 최근 3개 사태
미국과 이란 전쟁이 오늘로 3개월을 맞았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잦은 허언과 복잡한 밀당으로 이젠 합의가 이뤄져도 ‘전격’이니 ‘극적’이니 하기가 어색할 지경이다. 농축우라늄 처리, 핵 프로그램 제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제재 해제 등에 관해 최종 합의에 이르더라도 기뢰 제거를 비롯해 군사작전이 끝난 뒤 원유 수급과 물류 공급선의 완전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국제사회는 불안정과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 와중에 외교·안보 면에서 가볍지 않은 함의를 가진 일들이 일어났다. 우선, 정부는 27일 선체가 파손된 나무호의 피격 현장에서 발견된 탄두와 엔진 잔해를 공개하면서도 “여러 증거가 이란 쪽을 향하고 있다”며 ‘이란제 대함 미사일일 가능성’만 언급했다. 눈치만 보며 분석에 골똘한 나머지 마비 현상이 왔던 건(paralysis by analysis) 아닌가.
둘째, 지난주 북한 여자축구단 감독이 ‘북측’이라는 표현에 항의해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가버린 사건이다. 이는 지난 3월 북한이 개정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해 ‘두 국가론’을 명문화하고 통일의 싹을 도려내려는 정책의 생생한 현장 해프닝이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남북 간 적대성 해소를 위해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대응하자 하고, 국가정보원은 북한 헌법에 적대 문구가 없으므로 공세적 의미가 아닌 현상 유지의 상황 관리를 하자는 뜻으로 본다고 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버렸다.
실인즉, 북한의 개정헌법은 국토와 핏줄이 하나임을 부정하는 민족 배반적 처사이고, 우리 정부 일각의 반응은 국가 장기 전략도 없는 위험천만한 반헌법적인 것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만일 두 국가론(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대로라면 북한이 없어질 경우 중국의 동북 3성(省)에 이어 제4성이 될 소지가 있다. 그러면 한국은 제1·2차 대전 때 영토를 독일과 소련에 뜯겼던 폴란드 신세가 될 것이고, 감소일로인 5200만 인구의 국력은 금세기 안에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끝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공식 발표문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가 러시아의 반대로 삭제된 사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비호 세력으로서 핵 문제를 더는 국제비확산 문제가 아닌 미국에 대항하는 지정학적 전략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2008년 11월 마지막 6자회담 이후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가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에 편승해 군축, 핵무기 사용 억제 등 전략목표를 낮춰 현실적 해결을 추구하자는 주장을 가볍게 다뤄선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에 버금가도록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일본과의 결속을 강화하며 당당하고 원칙 있는 장기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26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쿼드(Quad)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비전은 국제사회의 선도적 중견 선진국으로서 비핵화된 통일 한국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구약성경 잠언에서 모토를 구했다. ‘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해도 모사(謀士)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 국가는 무엇으로 지켜지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김숙, “대한민국 근간 흔드는 최근 3개 사태”, 문화일보, 2026.5.28일자.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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