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마곡사와 백범 김구선생 이야기
공주 마곡사와 백범 김구선생 이야기
공주는 백제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고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은 백제 역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찰에서 우러나오는 전통과 이야기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 중 마곡사는 단순한 사찰을 넘어선 시간과 공간의 여행지로 다가온다.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泰華山) 동쪽 산허리에 위치한 마곡사(麻谷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보물인 대웅보전, 5층 석탑, 대광보전, 영산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천왕문, 해탈문, 괘불 1폭, 목괘, 청도 향로 등이 있다.
마곡사를 찾은 많은 이는 대웅보전의 싸리나무 기둥 4개를 돌며 염라대왕의 전설을 떠올린다. "이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는 질문에 많이 돌았으면 극락으로, 돌지 않았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기둥이 반들반들 윤이 난 것도 방문자들의 손길이 이어져온 흔적이다. 이 단순한 전설 속에는 사람들의 신념과 바람이 녹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기둥을 돌며 극락을 염원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소망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필자도 이 싸리나무 기둥 4개를 세 번씩 돌았다.
마곡사는 그 문화적 가치로도 빛난다. 2018년, '산사(산속에 있는 절),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백범 김구(金九, 1876-1949) 선생과의 깊은 인연이다.
김구 선생은 조선 제26대 국왕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의 정실이며 2대 황제 순종의 친모인 명성황후(明成皇后) 민비((閔妃, 1851-1895) 시해 사건 이후 일본군 장교를 처단하고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탈옥해 은신처를 전전하던 시절, 마곡사에서 잠시나마 평온을 찾았다.
허은당 (虛隱堂)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원종(圓宗)'이라는 법명까지 받았으니, 그에게 마곡사는 단순한 은신처 이상의 의미였다.
그 후, 1946년 임시정부 주석으로 돌아온 김구 선생은 다시 마곡사를 방문했다. 사찰을 둘러보며 그는『백범일지(白凡逸志)』에 이렇게 회고했다. "사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기상으로 나를 환영하여 주나, 48년 전의 스님은 한 명도 없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변함없이 그를 맞이한 마곡사의 경내는 김구 선생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을까? 아마도 잊을 수 없는 젊은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을 것이다.
김구 선생이 떠날 때 심었던 무궁화는 사라졌지만, 향나무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삭발을 했던 바위는 이제 '삭발바위'라 불리며 그 전설을 기억하는 다리가 마곡천을 잇고 있다.
삭발바위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그것은 김구 선생의 결심과 비장함이 깃든 상징이다.
역사는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현재의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마곡사를 찾아 싸리나무 기둥을 돌 때, 삭발바위를 지나칠 때, 우리는 그 전설과 역사를 되새길 수 있다.
마곡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곳을 걷다 보면, 우리 모두 그 전설과 이야기 속에 조금씩 젖어드는 것만 같다.
마곡사는 오늘도 그렇게 우리를 맞이한다. 변함없는 싸리나무 기둥이, 백범 김구 선생의 흔적이, 유유히 흐르는 마곡천이 말이다.
이곳에 깃든 역사의 숨결은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도록 늘 속삭이는지도 모른다.<김정일, “공주 마곡사와 백범 김구선생 이야기”, 중부매일, 2024.1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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