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카이브 없는 도시

신상구 | 2026.07.14 10:56 | 조회 18

                                    

                                      대전, 아카이브 없는 도시

 

  지자체 중심 기록원 설립 잇따라 기록 바라보는 사회 시선 달라져 이젠 대전기록원 설립 추진 기원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기록원, 즉 아카이브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2018년 경상남도기록원을 시작으로 서울기록원(2019), 청주기록원(2022), 익산시민역사기록관(2024), 이천시립기록원(2025)이 문을 열었고, 올해 1월 충청남도교육청기록원, 경상남도교육청기록원, 국회기록원이 출범했다. 불과 8년 사이에 지방과 중앙을 아우르며 기록원 설립이 잇따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는 기록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새로 설립된 기록원들의 비전을 살펴보면, 그 지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경상남도기록원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기록자치 구현"을, 서울기록원은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기록원"을, 이천시립기록원은 "기록 유산의 도시, 시민기록의 도시"를 내세운다. 익산시의 경우 아예 기관 이름을 '시민역사기록관'으로 명명해 시민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기관은 공공기록에 국한되었던 기록관리의 범주를 시민의 일상 기록으로 확장하고 있다. 공공기록을 통해서는 설명책임성과 투명성에 기초한 자치 행정을 실현하고, 동시에 시민기록을 통해서는 동네 이야기, 골목길 풍경, 시장 상인의 삶 등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와 일상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기록이 더 이상 관료제의 부산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이자 자산이라고 인식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가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역사와 일상을 기록해야 한다는 요구가 누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의 정점에 국회기록원이 있다. 국회기록원은 의정활동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차관급 독립기관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기록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세계 최고의 지능형 아카이브"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지방의 기록원들이 지역 공동체의 삶과 행정을 기록한다면, 국회기록원은 대의민주주의 작동 과정을 기록의 대상으로 삼는다.

  법률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심의되고,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실천이며, 이를 온전히 기록하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의정활동 기록은 시민이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더욱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록관리에 접목하려는 지능형 아카이브 구상은, 방대한 의정활동 기록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록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 기록원과 국회기록원의 잇따른 출범을 단순한 조직 신설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오래된 외침을 비로소 제도로 구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기록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록은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억제하는 설명책임의 장치이며, 공동체가 스스로의 경험을 축적하고 성찰하는 기억의 저장소이고, 다음 세대가 오늘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증거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기록원들이 시민의 일상을 끌어안고, 국회기록원이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기록하는 지금, 기록관리가 행정 업무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치, 그리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2002년 5월 '지역의 공공기록 및 역사기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기록문화운동을 전개할 목적'으로 창립되었던「대전·충남 기록문화 발전을 위한 포럼」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 많지 않다. 당시 지역의 기록학·역사학 교수와 대학원생, 시민단체, 국가기록원 아키비스트까지 뜻을 모아 대전시 아카이브 설립을 주장했지만, 그 결실은 끝내 맺지 못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전국 곳곳에 기록원이 들어서는 동안 대전은 여전히 아카이브 없는 도시로 남아 있다. 마침 7월 새로운 민선 시정이 출범했다. 과거 포럼이 남긴 숙제를, 이제는 풀어야 할 때다. 대전기록원 설립은 대전이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곽건홍, "대전, 아카이브 없는 도시", 대전일보, 2026.7.13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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