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기생의 사회적 위치는 어땠을까?
일제강점기 기생의 사회적 위치는 어땠을까?
이상주 교수, “평양 기생 금홍 직업 뜻하는 ‘기’ 바위에 새겨”
경북 김천 청암사 호계계곡 여산폭포 왼쪽 아래 이름이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이상주 전 중원대 한국어교육문화학과 교수가 10일 동양일보를 방문해 '기금홍' 바위를 제보했다.
역사적으로 천민의 신분이라고 여겨졌던 기생(妓生)에 대해 충북 출신의 한 학자가 일제강점기 사회적 인식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이상주(67) 전 중원대 한국어교육문화학과 교수는 10일 동양일보를 찾아 “경북 지역을 답사하던 중 김천 청암사 호계계곡 여산폭포 아래 평양 기생 금홍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기금홍(妓錦紅)’이 새겨진 암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교수에 따르면 이 암벽에는 이규환, 이병일, 도제량 등 남자들 이름과 같은 크기로 나란히 ‘기금홍’이 맨 오른쪽에 새겨져 있다. 시기는 1926년~1937년 정도로 추정된다.
암벽에 기생의 이름, 즉 기명을 새겨놓는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로 특히 기생을 뜻하는 ‘기(妓)’를 기명 앞에 새긴 것은 자신의 신분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즉 남성들과 함께 풍류여행을 떠난 기생의 기명을 나란히 암벽에 새겨 놓았다는 점에서 기생의 당시 사회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전 교수는 “기생을 동반해 즐기던 사람들이 자기들의 위세와 풍류현장을 기념하기 위해 암벽에 이름을 새겼을 것이다”며 “기명 앞에 신분을 알 수 있도록 ‘기’를 새긴 것을 보면 금홍 스스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평양 기생이 당시의 어려운 교통여건에도 경북의 유명 사찰을 방문한 것은 금홍이 전국적으로 활동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금홍은 ‘날개’를 쓴 천재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1910~1937)이 사랑했던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은 '이런시'를 통해 금홍을 노래했고 단편소설 ‘봉별기’에서는 금홍과 만남에서부터 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전 교수는 “일제강점기엔 ‘아름다운 기생’이라는 제목의 우편엽서를 판매했을 정도로 기생을 상품화했다”며 “이런 세태 속에 기생학교 등에서 유명한 기생을 풍류계에 적극 참여하게 유도해 경제적 실리를 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업을 알 수 있는 ‘기’라는 표시와 함께 암벽에 기명을 새겨 놓은 것은 그걸 용인할 정도로 기생에 대한 사회적인 의식이 급격히 변화했다는 증거다”고 강조했다.
전국적으로 기명 앞에 ‘기’를 새겨 넣은 바위는 부산시 기장읍 죽성리 매바위(어사암)에 ‘기월매(妓月梅)’, 경남 통도사 청류동천 9번 바위에 ‘기만년춘(妓萬年春)’ 등이 있다.<김미나, "일제강점기 기생의 사회적 위치는 어땠을까?", 동양일보, 2021.11.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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