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821조, 나랏빚 1500조… ‘빚의 역습’ 대비해야

신상구 | 2026.09.02 12:35 | 조회 32


                   내년 예산 821조, 나랏빚 1500조… ‘빚의 역습’ 대비해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820조9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 원 늘어난 ‘초팽창 예산’이다. 올해 처음 700조 원을 넘어섰는데 1년 만에 앞자리가 또 바뀌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여력을 재정에 적극 투입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 1500조 원을 넘어설 나랏빚을 고려할 때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전년 대비 지출 증가율은 12.8%로 2009년 10.6%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다.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 확대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반도체 초호황으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차세대 성장동력 지원에 84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예년과 다른 부분은 160조 원의 추가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는 점이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의 4대 분야에 45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여윳돈으로 남겨 둔다. 이재명 대통령은 “늘어난 미래 재원으로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고도화해 다시 이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 투자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는 선심성 예산도 여전히 눈에 띈다. 지방 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전액 지원과 농어촌 기본소득 및 아동 기본수당 확대 등 현금성 지원 예산이 대표적이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소득이 낮은 고령층에게 더 많이 주는 식의 구조개혁에서 손을 떼고 오히려 예산을 늘렸다. 저출생·고령화로 의무지출이 연평균 8% 이상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재정 팽창 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10년 새 지출이 2배로 늘어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국세 수입이 13.4% 늘 것이라고 했지만 업황이 나빠지면 세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내년엔 1500조 원, 2030년에는 1700조 원을 넘어설 국가채무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 재정은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 있다.

  한 번 늘어난 정부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고 그만큼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빚의 절대 규모가 증가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선심성 사업은 걸러내고, 성장동력 확보와 재정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사설, “내년 예산 821조, 나랏빚 1500조… ‘빚의 역습’ 대비해야”, 동아일보, 2026.9.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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