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시대,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조건

신상구 | 2026.09.02 12:58 | 조회 31


                              AI 패권시대,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조건

 

  인공지능(AI) 패권전쟁의 승전국은 어디가 될까. 미국이나 중국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거대언어모델(LLM) 경쟁 다음으로 펼쳐질 AI 기반 산업과 문명의 표준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제시한 지금, 한국의 전략도 ‘무엇을 더 잘 만들 것인가’에서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게 할 것인가’로 넓어져야 한다.

  한국은 AI 시대에서 통할 강력한 카드를 이미 갖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다. 그러나 경쟁국은 빠르게 우회로를 찾는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성장과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기술 독점에도 유통기한이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는 우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K컬처’도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영화와 웹툰은 한국 제품과 생활양식에 대한 호감을 높였다. 한국은 2025년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 12위에 올랐고,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49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순위와 흥행은 출발점일 뿐이다. IP와 플랫폼, 유통과 데이터가 해외에 머물면 문화의 부가가치도 빠져나간다. 문화가 형성한 호감이 한국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그 신뢰가 국제표준과 시장 선택으로 연결될 때 ‘코리아 프리미엄’은 지속된다.

  한국의 고유한 기회는 ‘피지컬 AI’에 있다. 우리는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방위산업, 에너지 등과 관련해 경쟁력 있는 현장을 함께 가졌다. AI가 로봇과 함께 배와 자동차를 만들고, 전력망과 도시 관리에 투입될수록 현장의 공정 데이터와 숙련자의 ‘암묵지’가 중요해진다. 미국이나 중국과 범용 모델로 겨루기보다 AI를 실제 산업과 사회에서 가장 밀도 있게 작동시키는 나라가 되는 것이 우리의 길이다.

  새만금은 그 가능성을 시험할 무대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전북과 투자협약을 맺고 AI와 데이터센터, 로봇, 태양광, 수소도시 등에 약 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개별 시설의 집합으로 끝내지 말고 자율주행, 로봇, 에너지, 물류와 시민 생활을 함께 검증하는 통합 실증구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도시의 운영체제, 즉 ‘도시 AI-OS’를 만드는 일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소멸도 이 전략의 이유다. AI와 로봇은 사람을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돌봄과 지역 서비스를 지속시키는 생존 기술이 돼야 한다. 우리가 먼저 사람 중심의 해법을 만든다면, 같은 위기를 겪는 나라들은 한국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게 될 것이다.

  정책도 투입 경쟁을 넘어야 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몇장, 예산 몇조원보다 현장 활용률, 생산성, 안전사고 감소, 중소기업 확산, 국제표준 채택과 수출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부처별 계획을 공동 임무로 묶고, 기업과 지역이 실제 쓰는 표준으로 완성해야 한다.

  대체불가란 혼자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가 안심하고 따라 쓸 수 있는 작동 방식을 만드는 일이다. 반도체는 우리의 엔진이고, 제조 현장은 실험장이며, 문화는 세계와 대화하는 언어다. 이를 신뢰받는 시스템과 표준으로 묶을 때 세계는 미래의 답을 찾기 위해 한국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경수, “AI 패권시대,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조건”, 경향신문, 2026.9.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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