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신사임당, 5000원권 율곡 이이 그린 이종상 화백 88세 별세

신상구 | 2026.09.15 12:49 | 조회 35

 

               5만원권 신사임당, 5000원권 율곡 이이 그린 이종상 화백 88세 별세

 

  2009년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5만원권에 들어간 신사임당 초상화를 공개한 일랑 이종상 화백. 중앙포토

  일랑(一浪) 이종상 화백이 8일 세상을 떠났다. 88세. 37세 때 5000원권의 이이, 69세에 5만원권의 신사임당을 맡아 그린 그는 장우성(100원·이순신), 이유태(1000원·이황), 김기창(1만원·세종대왕)에 이은 유일한 생존 화폐 영정 화가였다. 스승인 이당 김은호는 30대의 그를 화폐 영정 화가로 추천하며 “화폐를 그렸으니 돈을 돌 보듯 하라”고 당부했다.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전고 미술부 활동을 시작으로 서울대 동양화과에 진학했다. 3학년이던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국전)에서 대장간을 소재로 한 ‘장(匠)’으로 특선한 뒤 최연소 국전 추천 작가로 선정됐다. 동국대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미대 교수, 서울대 박물관장, 서울대 미술관장, 상명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이종상이 1989년 동으로 된 안료를 섞어 그린 '원형상(源型象) 89117-흙에서'. 가로 12.3m로 이건희컬렉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

  광개토대왕, 장보고, 고산 윤선도를 비롯해 11점의 국가표준영정을 남겼다. 화폐 영정 화가로 널리 알려져 "전 국민이 지갑 속에 내 작품을 갖고 있다"고 즐겨 말했지만, 그가 역점을 둔 것은 현대 진경, 고구려 고분벽화, 독도였다. 1977년부터 꾸준히 독도의 실경을 그리며 ‘독도문화심기운동’을 펼쳤다. 장지에 동유화 등 재료와 기법을 실험하며 ‘한국 미술의 자생성’을 평생 화두로 삼았다. 1983년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 로비 벽화 ‘장생(長生)’, 199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카루젤 샤를 5세 홀 성벽을 이용한 71.3m 벽화 ‘원형상(源形象) 97061-마리산’, 2008년 전남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에 가로 81m 옹석 벽화인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을 세웠다.

  고(故)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그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이종상에게 굳이 동양화가니 서양화가니 하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종상이 해온 작품 분야의 폭이나 그 기술의 넓이로 봐서 그저 화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는 추상이니 구상이니 하는 한계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묵에서부터 수채, 프레스코에 이르기까지 막히는 것이 없다.”<권근영, “5만원권 신사임당, 5000원권 율곡 이이 그린 이종상 화백 88세 별세”, 중앙일보, 2026.9.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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