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꾸는 건 사람? 시대?… 정답은 둘의 ‘타이밍’

신상구 | 2026.09.21 14:20 | 조회 35


                       역사를 바꾸는 건 사람? 시대?… 정답은 둘의 ‘타이밍’

 

  아프리카 남부 국가인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자국을 중상위 수준의 소득 국가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7년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자 그는 광물에 대한 권리를 특정 부족이 아닌 중앙정부에 귀속시키는 법을 채택했다. 가장 강력한 부족장 출신이라 가능했던 결단이었다. 그 결과 보츠와나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둘러싼 내전에 빠진 다른 신생 국가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총, 균, 쇠’로 유명한 저자가 2019년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문명을 움직이는 환경과 조건에 주목해 온 그가 개인의 자질과 영향력으로 시선을 돌렸다. “특정 리더가 없었다면 역사의 결과는 달라졌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해 정치, 비즈니스, 스포츠, 종교 등 네 영역의 사례를 분석한다.

  저자는 특정 인물이 얼마나 대체 불가능했는지를 가늠하는 ‘햄릿 테스트’를 비롯해 한 인물의 생애를 추적하는 전기적 방법과 리더의 사망이나 부재가 발생한 사례를 비교하는 자연실험 등을 활용한다. 윈스턴 처칠과 아돌프 히틀러,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 등 익숙한 인물들이 잇따라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결론은 ‘위대한 한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는 영웅론과 거리가 멀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도 기술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같은 성취를 이루기 어려웠을 수 있다. 반대로 좋은 환경과 기회만으로 변화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빌 게이츠 역시 “상용화가 어렵다”며 개인용 컴퓨터 개발을 미루다가 ‘고속 8080칩’이 등장한 뒤에야 개발을 서둘렀다. 결국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시대적 조건만으로도 역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리더의 역량과 적절한 시점, 이를 실행에 옮길 권한과 기회가 맞물릴 때 비로소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회나 역사의 변화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는 결론은 다소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자 한 명이 국운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게 올바른지, 일부 최고경영자(CEO)가 수십억 달러 연봉을 받는 게 정당한지 등 일상적인 선택과 판단에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사지원, “역사를 바꾸는 건 사람? 시대?… 정답은 둘의 ‘타이밍’”, 동아일보, 2026.9.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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