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매각의 짙은 그늘
문학동네 매각의 짙은 그늘
1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A 씨가 최근 ‘책 사재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신간의 판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의 책 1600여 권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출판계로선 매우 큰 충격이다.
하지만 유명 작가가 사재기를 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시장의 규모와 작동 방식이다. 불과 1600권, 책 1권이 1만 원이라면 1600만 원 정도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흔드는 게 가능했다는 말이 된다. 베스트셀러 하면 흔히 수백만, 적어도 수십만 부 판매를 연상하는데 실상은 그보다 훨씬 빈약한 규모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학습지나 정기간행물을 제외한 국내 단행본 시장의 사이즈는 의외로 작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민음사·문학동네 등 주요 20여 개사의 2023∼2024년 매출 총액은 4300억∼46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 수년간 거의 정체돼 있는 수준이다. 반면, 한 해 출간되는 책의 종류는 6만여 종, 발행 부수는 7200만 부가 넘는다. 책은 쏟아지지만, 시장의 파이는 크게 늘지 않는 구조다. 출판계에서는 “어떤 책은 초판 1000부 판매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시장에서는 몇 백 권의 판매량 차이로도 특정 순위 구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단행본 국내 1위인 문학동네가 매물로 나왔다. 문학동네 창립자인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가 자신의 지분 41.5%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33년 된 문학동네는 한강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품을 펴내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터라 또 놀랍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독서 인구와 그에 따른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2013년에 70%가 넘던 성인 독서율이 10년 뒤에는 43%로 내려앉았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6명이나 된다는 의미다. 서울국제도서전이 2년 연속 유례없는 호황을 이루고, 텍스트힙 열풍이 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여기엔 근본적으로 읽는 방식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요즘 10대는 숏폼에 몰두하고, 인공지능(AI) 요약본에 의지한다. 대신 읽어주고 해설해주는 편리함(?) 덕에 복잡한 글은 외면하고 있다. ‘벽돌책’의 상징이었던 세계문학전집들이 얇고 가벼워지는 이유다.
지난 16일 창작과비평사가 ‘한국사상선’ 30권 완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갈수록 읽기가 어려워지는 책 세상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대형 기획이었다.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문학과지성사도 지난해 말 창립 50주년을 기념했다. 반세기 동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에 큰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출판과 독서의 위기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긴 글을 읽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잃어가는 것과 맞닿아 있다. 추석을 앞두고 본지 특별기획으로 서평을 쓰는 필자 5인에게 연휴 동안 읽을 만한 책을 추천받기로 했다. 이런 것들이라도 애독자들에게 작은 위안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김인구, “문학동네 매각의 짙은 그늘”, 문화일보, 2026.9.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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