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에서 브라질로 콩 한 알에 담긴 역사
고조선에서 브라질로 콩 한 알에 담긴 역사
콩과에 속하는 식물은 강낭콩, 완두콩을 비롯해 수만 종이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재배되는 것은 대두(soybean)라는 종으로 한국에서 흔히 흰콩, 메주콩이라고 부르는 종이다. 그 메주콩종 속에 쥐눈이콩, 서리태 같은 품종이 다시 나뉘어 있으며 콩나물 콩 역시 같은 종이다.
메주콩은 만주 및 그 주변에서 발달해 온 식물로 보고 있다. 만주는 고조선과 고구려 시대 한국인의 조상들이 살던 지역. 이 때문에 이성우 교수, 최덕경 교수 등의 학자들은 한국인이 처음으로 메주콩을 먹은 민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밀이나 쌀 같은 작물이 세계에 진작부터 널리 퍼졌던 것과 달리, 메주콩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많이 퍼지지는 못했다. 193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메주콩 생산 국가였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다 20세기에 대두에서 콩기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개발돼 퍼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메주콩을 그냥 짜서는 기름이 별로 나오지 않지만 용매추출법이라는 새로운 공법을 사용하면 요리에 쓰기 좋은 기름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덕분에 갑자기 메주콩은 싸고 질 좋은 식용유를 세계에 널리 공급할 수 있는 재료가 됐다. 게다가 식용유를 뽑아내고 남은 부분을 콩깻묵 또는 대두박이라고 하는데, 가축 사료로 유용해서 동물을 기르는 데도 메주콩은 가치를 갖게 됐다.
20세기 중반이 되자 미국이 여러 메주콩 품종을 들여오며 재배 물량을 확 늘렸고 곧 세계 제일의 메주콩 생산 국가로 변했다. 중국은 예로부터 식용유 소비가 많고 돼지를 기르기 위해 콩깻묵 소비도 많아 미국에서 메주콩을 대량 수입하게 됐다. 중국은 연간 3000만 t에 가까운 메주콩을 미국에서 수입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안 좋아졌을 때, 미국산 메주콩 수입이 끊기는 것을 경계하게 됐다. 그래서 그 틈을 노리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대체하기 위해 메주콩 농사를 짓고 있다. 덕분에 21세기인 지금은 브라질이 세계 최대의 메주콩 생산 국가가 됐다. 현재 세계에선 매년 도합 4억 t의 어마어마한 메주콩이 자라나고 있다.
고조선의 한국인들이 길렀던 메주콩이 기술의 발전과 국제 정치의 변화 덕에 지금은 온 세상에 퍼지게 된 셈이다. 지구상에서 한국과 가장 멀리 떨어진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한 일이다. 이만하면 추석 때 보이는 콩송편에 대해서 좀 더 애정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농업 기술에 대해 연구해 온 이주량의 저서에는 이와 비슷한 기술, 정치, 외교 그리고 농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산과 소비에 대한 경제 이야기, 기술 이야기를 같이 다루고 있기에 쉽게 읽을 수 있다. 흥미진진한 시사와 함께 읽는 내용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딸기 농사 대국이 됐는지,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의 품종 개발을 위해 어떤 과학자들의 고난이 있었는지 등 기술적 도전에 대해 깨닫게 되는 재미도 즐거운 책이다.<곽재식, “고조선에서 브라질로 콩 한 알에 담긴 역사”, 동아일보, 2026.9.19일자.>
댓글 0개
| 엮인글 0개
|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
게시글이 잘 안 올라갈때 [1] | 환단스토리 | 273527 | 2025.09.15 |
|
[회원게시판 이용수칙] [4] | 관리자 | 779396 | 2023.10.05 |
|
상생의 새문화를 여는 STB 상생방송을 소개합니다. | 환단스토리 | 951167 | 2018.07.12 |
| >> | [역사공부방] 고조선에서 브라질로 콩 한 알에 담긴 역사 new | 신상구 | 58 | 2026.09.25 |
| 1883 | [역사공부방] 안중근 의사 가문의 항일독립운동 | 신상구 | 58 | 2026.09.24 |
| 1882 | [역사공부방] 만담가 신불출(申不出)을 아시나요 | 신상구 | 78 | 2026.09.24 |
| 1881 |
[역사공부방] <특별기고> 연담 이운규의 생애와 업적과 사상
|
신상구 | 131 | 2026.09.23 |
| 1880 | [역사공부방] 한국·서양·중국·일본 고지도, 한 권에 담았다 | 신상구 | 352 | 2026.09.22 |
| 1879 | [역사공부방]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의『환단고기』이야기 | 신상구 | 512 | 2026.09.19 |
| 1878 | [역사공부방] 항일독립운동가 일송 김동삼 선생의 생애와 업적 | 신상구 | 577 | 2026.09.15 |
| 1877 | [역사공부방] 아리랑 (Arirang) | 신상구 | 563 | 2026.09.14 |
| 1876 | [역사공부방] 무형유산 기록의 중요성 . | 신상구 | 588 | 2026.09.14 |
| 1875 | [역사공부방] 양녕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의 문화예술사적 업적 | 신상구 | 601 | 2026.09.13 |
| 1874 | [역사공부방] 충북 제천 의병장 의당(毅堂) 박세화(朴世和)의 생애와 업적 | 신상구 | 656 | 2026.09.10 |
| 1873 |
[역사공부방] 1인당 국민 총소득 4만 달러
|
신상구 | 637 | 2026.09.10 |
| 1872 | [역사공부방] 논개 기억 깃든 '진주 남강 촉석루 일원' 명승 된다 | 신상구 | 611 | 2026.09.10 |
| 1871 | [역사공부방] 파락호라 불린 남자, 항일독립운동가 김용환의 숨겨진 뒷이야기 | 신상구 | 675 | 2026.09.09 |
| 1870 | [역사공부방] 통일교가 남북 화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 신상구 | 705 | 2026.09.07 |





신고
인쇄
스크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