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출간 40년… 25편 '북유럽 5개국' 낸 이원복

신상구 | 2026.10.23 12:31 | 조회 21

다른 나라 배우려 시작… 이젠 선진국 된 시각서 세계 그리죠"

'먼나라 이웃나라' 출간 40년…
25편 '북유럽 5개국' 낸 이원복

21일 서울 강남구의 작업실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작가인 이원복 덕성여대 명예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교수는 "프랑스의 국민성을 나타내는 말"이라며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Je m‘en fous)와 ’나에게는 상관없다‘(Ça m’est égal)를 짚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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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1일 서울 강남구의 작업실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작가인 이원복 덕성여대 명예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교수는 "프랑스의 국민성을 나타내는 말"이라며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Je m‘en fous)와 ’나에게는 상관없다‘(Ça m’est égal)를 짚었다. /박진성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작업실에서 만난 '먼나라 이웃나라' 작가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작업실에서 만난 '먼나라 이웃나라' 작가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프랑스가 망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싸가지가 없어서예요. 한국이 융성한 이유를 아세요? 싸가지가 있어서예요.”

누적 판매 1800만부의 교양 만화 시리즈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의 작가 이원복(80) 덕성여대 명예교수가 최근 프랑스에서 폭력 사태로 번진 시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81년 한 어린이신문에서 연재를 시작한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7년 첫 책이 나왔다. 40년째인 올해 먼나라 이웃나라 25권 ‘북유럽 5개국’ 편이 출간됐다. 덕성여대 총장, 한국 애니메이션 만화학회장,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이 교수를 21일 서울 강남구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신간 먼나라 이웃나라 25편 '북유럽 5개국'. 이원복 교수는 "우린 북유럽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물가 비싼 거랑 복지제도 정도밖에 모른다"며 "북유럽 5개국은 과거 강대국이기도 했지만 훗날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주변국들이 부상하며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은 '낀 나라'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김영사
신간 먼나라 이웃나라 25편 '북유럽 5개국'. 이원복 교수는 "우린 북유럽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물가 비싼 거랑 복지제도 정도밖에 모른다"며 "북유럽 5개국은 과거 강대국이기도 했지만 훗날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주변국들이 부상하며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은 '낀 나라'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김영사

“나라에 돈이 없고 백성들은 더 갖길 원하면 터질 수밖에 없죠. 프랑스 정부 빚이 GDP 대비 120%나 돼요. OECD 평균보다 한참 높아요. 그런데 이 비율이 더 높은 일본은 아직 국채 돌려막기가 돼요. 무엇보다 양 떼 같은 백성이라 저항하지 않아요. 프랑스는 개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서 나만 중요해요. 내 연금 복지 줄이지 말고 내 빵도 확보해야 하죠.”

이 교수는 프랑스인들의 국민성을 상징하는 불어로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Je m′en fous) ‘나에게는 상관없다’(Ça m′est égal)를 짚었다. 이 교수가 독일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독일인들은 서로 명함 주면서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프랑스에선 귀찮아질까 봐 서로 도망가기 바빴던 일화도 전했다. “독일은 서로 법을 지키지 않으면 나에게도 피해가 온다는 걸 알아서 법을 지키지만 프랑스는 내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법을 지켜요. 손해 보면 법이고 뭐고 없는 거지. 한국은 점점 독일스러워지고 있고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먼나라 이웃나라의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꾸준히 개정 증보판도 냈다. 손자 손녀에게 전집을 사주는 오랜 독자도 많다고 한다. 이 교수는 독일 유학 중 “어떻게 하면 이들 같은 선진국이 될 수 있나” 하며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선진국이 된 시각에서 다른 나라를 보고 그린다”고 말했다.

40년간 세계사를 탐구하고 보니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한 사회가 가진 사고방식인 ‘의식 구조’였다. 상업에 기반한 네덜란드가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규제를 줄이고 근대 서구 사회에서 일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는 과학 기술이 강하다고 하지만 카스트 신분을 받아들이고 살며 내세의 윤회를 추구해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가 적다고 했다.

한국의 유교 문화는 일각에선 국가 발전을 막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교수는 “내세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생전에 근면한 국민성을 만들었다”고 본다. 분단, 전쟁, 북한의 위협, 경제 위기 등 한국이 광복 이후 끝없이 긴장 속에서 산 것도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발전의 연료가 됐다. 리스크에 대한 내성도 생겼다. “한국은 청년들 덕에 미래가 더 밝아요. 과거엔 ‘왜 안 돼?’ ‘해봤어?’ 같은 말을 정주영 같은 특별한 사람이 했다면 지금 청년들은 다 입에 달고 살죠. 사고가 유연하다는 뜻이에요.”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일본에 과학 분야 노벨상이 많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요즘 시대엔 한 분야를 수십 년간 깊게 파는 전통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지식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노벨상은 아날로그적이에요. 이 시대엔 백과사전을 섭렵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필요한데, 번데기만 한 30년 들여다보는 우직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거죠. 일본은 학문도 그렇게 장인 정신으로 하니까 노벨상이 많은 거예요. 그런데 노벨상 받으면 명예지, 국가가 결정적으로 발전합니까?”

그에게 도저히 불가해한 인물이 있다면 46년생 동갑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동갑인데 유독 트럼프만 “뜬금없고 자기가 한 말은 하나도 안 지키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대통령으로 남을 거예요. 국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건 가장 해선 안 되는 일이에요. 돈밖에 모르는 저급한 나라로 만들어버렸어요.”

'먼나라 이웃나라' 다음 편인 '아프리카편'을 그리는 모습. 이원복 교수는 현재도 종이에 볼펜으로 만화를 그린다. 컷별로 대사를 먼저 쓰고 그림을 그려 콘티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그림을 다시 그린 뒤 스캔한다. 채색은 컴퓨터로 작업한다./박진성 기자
'먼나라 이웃나라' 다음 편인 '아프리카편'을 그리는 모습. 이원복 교수는 현재도 종이에 볼펜으로 만화를 그린다. 컷별로 대사를 먼저 쓰고 그림을 그려 콘티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그림을 다시 그린 뒤 스캔한다. 채색은 컴퓨터로 작업한다./박진성 기자

이 교수는 2년 전쯤 시니어 하우스로 이사 갔다. “청소도 해주고 밥도 주고 신경 쓸 게 하나도 없어서 너무 좋아요. 밥 주는 아파트예요.” 매일 10시쯤 작업실로 출근해 ‘마지막 아날로그 작가’답게 볼펜으로 만화를 하나하나 그린다. 퇴근 시간은 칼같이 5시. 시니어 하우스 저녁 식사 마감 시간 6시를 놓치면 안 돼서다. 서예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다. “헬스장도 어마어마하게 커요. 하지만 그런 거 전혀 안 쓰죠. 난 게으르니까!”

와인 애호가로도 유명한 이 교수는 저녁을 먹고 넷플릭스로 ‘통속 드라마’를 보며 이탈리아 와인 반 병 마시는 게 가장 즐겁다고 한다. “프랑스 와인은 절대 안 마셔요. 맛있는 프랑스 와인은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고 싼 프랑스 와인은 맛이 별로죠. 가성비 좋고 상큼한 이탈리아 와인이 최고지!”

본지와 인터뷰하는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본지와 인터뷰하는 이원복 교수/최기웅 기자

잊지 못할 독자 반응을 물었더니 이 교수는 첫사랑 이야기를 했다. 1970년대쯤의 일이다. ‘이원복 아저씨께’ 하는 독자의 팬레터를 받았다. 그때 이 교수는 20·30대 청년이었지만 “내가 늙수구레한 아저씨일 줄 알았나 봐요 하하” 하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리 몇 살 차이 안 나! 하고 만났다가 연애했죠.” 혹시 그분과 결혼한 것인지 물으니 “첫사랑하고 결혼하는 사람이 어딨어!” 하는 답이 돌아왔다.

다음 책은 아프리카편을 준비 중이다. 향후 중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도 다루려 한다. 만약 유작을 그릴 수 있다면 ‘대한민국편’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기존 ‘우리나라편’은 한국인의 특성을 주로 다뤘다. 대한민국편엔 “나보다 두 살 어린 대한민국이 가난을 이겨내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의 역사를 분석하고 싶다”고 했다. “내 아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만화를 그리자. 항상 나의 한계를 지키고, 법률을 벗어나지 말고, 오만하지 말자”는 신조도 여전하다.

“한 시리즈가 40년을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벌써 3대를 거쳐 독자가 생겼네요. 독자분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이원복, "'먼나라 이웃나라' 출간 40년, '북유럽 5개국' 낸 이원복", 조선일보, 2026.10.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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