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안중근의사뼈대찾기사업회 회장
오는 10월 26일은 우리에겐 특별한 날일 수밖에 없다. 가깝게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날이다. 또, 그 70년 전인 1909년에는 조선통감부의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사살된 날이기도 하다.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있었던 이 거사는 대한독립군 소속 31세 청년 의병 안중근 의사의 개인적 원한이 아닌 독립운동이었다. 안 의사는 1910년 뤼순(旅順)감옥에 투옥돼 151일간의 재판 과정을 거쳐 사형을 선고받고 순국했다.
안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남긴 유묵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에는 그의 혼이 깃들어 있어 그 유묵을 마주하는 오늘, 우리는 한 글자 한 획에서 뿜어져 나오는 굳센 의지와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 유묵에는 조국의 참담한 미래를 걱정하는 독립투사의 뜨거운 혼이 담겨 있다. 안 의사가 원한 건 단 하나, 조국의 광복이며 독립이었다. 지금 자주독립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제강점기 영웅들의 대의명분은 뚜렷하다. 대한의 독립과 자유였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격돌이다. 나라도 다르거니와 우리는 긴 역사와 고유한 문화를 갖고 있었으니 망국과 순종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가 이러한 기념일과 그 의미를 잊는다면 우리는 지금 같은 자주독립국 국민으로서의 지위와 자유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의 말로(末路)는 지난 역사가 잘 말해준다. 온 겨레가 일본제국의 소모품으로 전락해 개돼지 같은 삶을 살고, 전쟁의 방패막이로 개죽음을 당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민족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우리는 그저 하등 민족으로 떨어져 결국은 정체성마저 잃고 말 뻔했다.
그렇기에 안중근, 윤봉길 의사 등 역사의 영웅들은 가족을 뒤로하고 죽음의 길로 과감히 나섰던 것이다. 보통사람들로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그것은 민족혼의 발로이며 자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인으로서의 삶과 혼, 그 애국혼의 결론은 자주독립과 조국 수호의 의지이다. 아울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으로 뭉칠 수 있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 그것이 바로 애국혼이며 ‘대한혼(大韓魂)’이다.
민족정신은 시대를 막론하고 위기 상황에서 민족을 결집시키는 힘이다. 우리의 민족혼을 잘 보여준 것은 여러 국란 극복과 3·1 독립운동 등 일제강점기 대일항쟁이다. 국가에 앞서 개인의 권리만 주장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승적으로 뭉쳐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리고 더는 외면받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돼야 한다.
6·25전쟁에서 산화한 국가유공자들의 자유·영토 수호 정신과 일제강점기의 자주독립 정신과 홍익인간 정신이 바로 대한혼이다. 자국의 역사를 잊고 모르는 후손들은 또다시 치욕의 역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고 또 역사를 왜곡하며 변조하는 이들은 국가 멸망을 그만큼 앞당길 것이다.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알아야 한다.
이러한 역사를 이어온 우리의 민족혼인 대한혼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우리 정신의 화신인 영웅들의 활동을 상기하며 117주년 안중근 의사 의거일을 맞아 선인들이 가졌던 애국정신과 마음가짐을 되새겨 본다.<문화일보, 2026-10-23일자.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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