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지구촌 사람 모두가 석가, 공자 이상으로 도통할 것”

2009.08.06 | 조회 6297




“대우주 천체권 내에서 가장 소중하고 존귀한 것이 누구냐 하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65억, 70억 인구가 다 각자의 위치에서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이 가장 존귀한 존재입니다. 왜 그러냐? 자기가 있음으로써 국가도 있고, 민족도 있고, 사회도 있고, 제 조상도 있고, 우주만유도 뭣도 다 있기 때문입니다. 제 몸뚱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습니다. 제 몸뚱이는 하늘땅하고도 못 바꿉니다. 제 몸뚱이가 없는데 어떻게 하늘땅이 있을 수 있습니까?”


9월5일 증산도 최고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증산도 교육문화회관을 찾았다. 주말이면 증산 상제의 가르침을 받드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증산도의 성지인데, 평일이라서 여유로웠다. ‘뵙기 어려운 분인데 무슨 인연이 닿아서…’ 하는 가벼운 흥분으로 안운산 종도사를 만났다. 예법대로 재배(再拜)를 갖춰 올리자 당신도 허리를 가볍게 숙여 서울 손님을 맞아준다.


증산도 개창 주인공

아흔에 가까운 나이의 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큰 키에 활달한 거동이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도 그랬고, 얼굴색도 그랬다. 아무리 봐도 1922년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충남 서산군 대산면 운산리 태생으로 본디 선친이 증산 상제를 우러러 믿었으니 안 종도사는 말하자면 ‘모태 신앙’인 셈이다.


앉자마자 묻고 말고 할 것 없이 토해내는 사자후의 첫마디는 바야흐로 인존(人尊)의 시대라. 인간이 없으면 천지도 없고, 해와 달도 인간이 없으면 헛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였다. 증산의 ‘인간 주체’ 사상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안 종도사는 지금의 증산도를 만든 주인공이다. 일제 강점기 700만 구도자를 배출하던 증산도는 상해 임시정부에 막대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일제의 혹독한 탄압을 받고 한때 사그라졌다. 하지만 안 종도사는 사라질 뻔한 증산의 가르침에 불을 지폈다.

그는 8·15 광복 직후 증산도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내 6·25전쟁의 와중에 ‘대휴게기’를 선포하고 은둔에 들어간다. 은둔은 생각보다 길었다. 무려 20여 년. 증산도가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은 1974년의 일이다.


“갑을(甲乙)로 기두하여 무기(戊己)로 굽이치리라라고 했던 증산의 천지공사 대로 그는 1974년(갑인년), 1975년(을묘년)에, 셋째아들 안경전 종정을 데리고 증산도 부흥기를 열었다. 안 종정은 당시 20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증산도 신앙 동아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젊은 엘리트들 사이에 민족종교 붐이 일기 시작한 시기다.


당시 동아리 멤버 중에서 지금의 증산도를 떠받치는 간부가 다수 배출됐음은 물론이다. 그의 건강에 대해 묻자 대전까지 동행한 증산도 간부가 고속철에서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지금도 아주 건강하십니다. 3, 4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종도사님께서 춘천도장에 오셔서 강원지역의 신도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하는데, 한자리에서 7시간을 내리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저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 오히려 저 같은 젊은이들이 힘들어서 어쩔 줄을 몰라했지요.”


‘새시대 새진리’ ‘상생의 문화를 여는 길’ 등에 이어 최근 ‘천지의 도, 춘생추살’(사진)을 펴낸 안 종도사의 말은 거침이 없다.


“우리 모두 각기 제 자신에게 있어 제 몸뚱이가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 그러면 가장 소중한 제 몸뚱이를 낳아준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제 조상 아닙니까? 제 조상이 제1의 하나님입니다. 대우주 천체권 내에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고,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낳아준 뿌리가 자기 조상입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조상의 음덕으로 열매를 맺는 ‘인간농사의 결실기’ 에 해당한다. 인류문화 역시 자연섭리가 성숙함에 따라 더불어 발전한다는 것. 24절후로 보면, 봄철 청명, 곡우에 씨를 뿌려서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처서, 백로, 추분, 이렇게 오랜 세월을 가꾸고, 그 과정에 지기(地氣)도 뽑아서 성장하고 마디도 생기고 이파리도 생기고 꽃도 피우고 해서 열매를 맺지 않는가.


지심(知心)의 세계가 열린다.

“우주에선 사람농사 짓는 것도 200대 할아버지서부터 지금의 나인 200대 손자까지 쭉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무엇으로 열매를 맺겠습니까. 사람의 수명은 30년을 1대(代)로 잡습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조상 할아버지서부터 나까지를 하나로 보면 됩니다. 초목으로 말하면 처음 씨 뿌린 것이 나와서 쭉 큰 것이 바로 나인 거죠. 곡식으로 말하면 내가 그 곡식 한 포기입니다. 그러니 사람은 제 조상을 알아야 합니다. 각자에게는 제 조상이 제 하나님입니다. 제 조상 위하기를 하나님하고 똑같이 대등하게 해도 그건 시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열매를 맺을까요? 이번에는 내 조상의 음덕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안 종도사는 증산의 말을 인용하며 “악덕가의 자손이 들어오면 ‘너는 여기 못 있을 데니라’하고 앞이마를 쳐서 내쫓고, 적덕가의 자손이 들어왔다 나가려 할 것 같으면 ‘너는 여기를 떠나면 죽느니라’ 하고 신명들이 등을 쳐 들이며 집어넣는다”고 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말을 통해 그가 세상을 사는 보통 사람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안 종도사는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라고 일렀다.


“지금 세상은 증산 상제님이 말씀하셨듯이 상제님 해원공사가 펼쳐지는 활(活) 무대입니다. 지구상의 우리 65억 인구는 모두 저도 모르게 이 무대에서 각자의 소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배우들입니다.


이 말은 눈앞의 소소한 일에 집착하지 말고 천하대세를 넓고 깊게 보라는 말입니다. 천지의 질서가 상극(相剋)에서 상생(相生)으로 바뀐다는 것은 역천불변(易天不變)의 대세입니다. 이제 인류는 이번 가을 개벽의 목을 잘 넘기면 누구나 다 석가, 공자 이상의 도통(道通)을 하고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삽니다.”


안 종도사에 따르면 지금은 문명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대전환기. 즉 우주년의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다. 그는 개벽철에 내가 살아야 조상도 삽니다” 라고 강조했다.


안 종도사는 이어 증산도의 미래관을 들려줬다. 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천지 질서의 변화,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선 이렇게 말했다.


“유형의 물질문화와 무형의 정신문화가 합일된 우주 가을의 통일문화, 상생의 새 문화가 열릴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만사지(萬事知) 문화가 열려 마음으로 아는 세상, 즉 지심(知心) 세계가 열립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나이가 친구 마누라가 아주 예쁘게 생겨서 ‘저 친구 마누라하고 키스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참 예쁘다’하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에 친구도 알고 그 마누라도 알고 세상 사람이 다 똑같이 알아챕니다. 해서 한 번은 용서할지 모르지만 거듭 그런 생각을 하면 징벌을 당하게 됩니다.”



인간이 마땅히 가야 할 길


안 종도사는 또 한반도 주변 정세를 증산의 오선위기에 빗대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바둑판으로 풀이하고, 1910년 일본에 의탁됐던 우리나라가 1945년부터 남북으로 갈려 60여 년이 지났는데, 이제 머잖아 ‘남북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는 곳이 여기 증산도말고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지리학적으로 한반도야말로 지구의 핵이며, 핵 중의 핵은 대전(大田)입니다.”


증산도에 따르면 그의 말은 신안(神眼)으로 본 초(超)지리학이라 섣부른 학교 교육의 지식으로 함부로 용훼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는 “김일부가 창시한 ‘정역’에 따르면 앞으로 지구의 축이 똑바로 서고(正立), 지구의 공전궤도 역시 계란 같은 타원형에서 공 같은 정원형으로 바뀐다”며 “그 경우 땅이 물이 되고 바다가 땅이 되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그건 하늘땅이 생겨날 때 ‘본래부터 정해진 천지이치’라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


이쯤 되면 현재의 증산도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해 보인다. 그들의 종교 원리대로라면 ‘이 우주년의 가을 개벽기에 더 많은 사람을 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증산도 종도들은 ‘증산 상제가 이미 짜놓은 후천개벽의 천지공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널리 알려 해원과 상생, 보은의 대도(大道)로 세상의 밭을 갈아야 한다. 안 종도사는 증산도가 가야 할 길을 설명하며 인터뷰를 마감했다.


“문제는 좋은 세상, 즉 후천개벽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해원 상생의 도를 펼치는 것이 그 선결과제라는 것이지요. 녹두장군 전봉준처럼 이미 죽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원혼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고, 아직까지 저 신명계에서 인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신명계에는 이 지상의 사람 수보다도 훨씬 많은 원신(寃神·하고 싶은 일을 다 하지 못해 원통하게 죽은 사람들의 신명)과 역신(逆神·세상을 개혁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신명)들이 있습니다.


또 지방신(地方神)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여호와나 우리나라 국조 단군같이 한 민족이나 지역을 수호해온 신명이 바로 지방신이지요. 그리고 공자·마호멧·예수·석가 등은 문명 발전에 공헌한 문명신(文明神)입니다.


역사 이래 수많은 원신과 역신이 품은 원한을 풀고, 제 지역과 민족의 이익을 수호해온 지방신들을 조화시키고, 또 문명신을 불러 모아 문화의 진액을 뽑아 후천문명의 기초를 정하는 과정인 천지공사 도수를 세상에 널리 알려 천하창생을 크게 건지는 것,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인간이 마땅히 취해야 할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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