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죽는 세상 사람 살리는게 상생(相生)

2009.08.06 | 조회 7764


1980년대 초반, 대학생 등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민족종교’로 인기를 끌었던 증산도는 이제 신자 100만명의 종교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층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는 게 증산도 측의 설명. 그만큼 ‘젊은 종교’여서 증산도의 미래가 밝다고 한다. 증산도 관계자들은 “가장 한국적인 종교인 데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증산도의 성장 과정엔 최고 지도자인 안운산(84) 종도사의 구실이 절대적이었다. 안 종도사는 75년 이후 30여년간 현대 증산도의 기틀을 다져왔을 뿐 아니라 증산도 경전인 ‘도전(道典)’을 영어·프랑스어 등 7개 국어로 번역, 증산도의 세계화를 이끌어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11월14일 대전시 중리동 증산도 교육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80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는 힘있는 목소리로 조류 인플루엔자와 지구촌의 기상 이변 등을 증산도적인 관점에서 명쾌하게 풀어냈다.

지난해 ‘상생의 문화를 여는 길’을 펴내기도 했던 그는 특히 상생의 문화를 강조했다. “상생과 조화의 원리야말로 문명의 한 계절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고 하는 이때에 가장 적합한 삶의 태도”라는 것이다.

충남 서산 태생의 안 종도사는 대한제국 말의 강증산(姜甑山), 그(강증산)의 아내인 고수부(高首婦)에 이어 증산도의 법맥을 잇고 있다.



한마디로 상생(相生), 함께 잘 살자는 것입니다. 요사이 상생의 정치니, 상생의 경제니 하는 말을 자주 쓰는데, 그 상생문화의 뿌리가 바로 증산도입니다. 증산도는 살아서 서로 잘되자는 이치입니다. 종교문화의 극치는 생활문화입니다. 증산도는 인간 생활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주는 진리입니다. 증산도는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교리가 아니라, 자연섭리 그대로의 진리입니다

증산 상제님이 대한민국에서 탄생했지만, 상제님은 전 인류 전 우주의 하나님입니다. 증산 상제님의 말씀이 수록된 ‘도전’의 가치는 물질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나온 인류 문화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미래의 문제도 이 책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증산도사상연구소’를 만들어, ‘도전’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로 번역했습니다. 번역이라는 게 워낙 중차대한 문제라서 앞으로도 계속 보완하겠지만, 기본 번역은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비단 6개 국어뿐 아니라 전 세계 언어로 다 번역해서 상제님 진리를 세상에 널리 소개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은 문명사적으로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 음양오행의 이치로 말하면 금화교역(金火交易)을 하는 환절기입니다. 현실세계에서도 가을바람이 불면 낙엽이 지면서 열매를 맺듯, 문명사에서도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때에는 개벽이 일어납니다. 요사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천재지변이라는 것도 바로 이때 일어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입니다.

지나간 선천(先天)인 ‘봄·여름 세상’은 지구가 타원형 궤도로 돌아가는 주역(周易) 세상이고, 앞으로 다가오는 후천(後天)인 ‘가을 세상’은 지구가 정원형 궤도로 돌아가는 정역(正易) 세상입니다. 가을 개벽이 일어날 땐 어느 지역은 바다가 육지로 솟기도 하고, 육지가 바다로 꺼져버리기도 합니다. 사람이 많이 죽지만 그렇다고 다 죽는 건 아닙니다. 개벽을 극복하고 나면 우주의 가을 세상이 되는데, 그때가 되면 이 지상에 새로운 상생의 문명이 꽃피게 됩니다.

증산도란
강증산 상제 민족종교 … 인류 구원 태을주 주송


한국에서 태동한 민족종교로, 강증산(姜甑山, 1871~1909) 상제를 신앙하고 있다. 강증산이 강(姜)씨 성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강씨가 인류의 시원 성이므로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우주이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섭리를 바탕으로 하는 증산도 교리는 인류사 발전의 주기로 ‘우주의 1년’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인류 문명이 생(탄생)·장(성장)·염(성숙)·장(휴식)하는 큰 주기로, 지구의 시간으로는 12만9600년이나 된다. 우주 1년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다고 하는데, 지금은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환절기에 해당한다. 증산도를 신앙하면 가을 개벽 환란기에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고 가을 우주의 새 문명을 여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증산도에서는 가을 개벽기에 인류를 구원할 방법으로 태을주를 주송하는데, 이 태을주는 가을 개벽을 극복할 수 있는 영성을 축적시켜 준다고 한다.

증산도에서는 국내외 도장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와 수요일 오후 7시30분에 정기 치성을 봉행하고 있다. 본부는 대전에 있고, 전국 각 시도에 200개 이상의 도장이 있다. 해외에도 20여개국에 도장이 있다.



약 100여년 전, 증산 상제님께서 ‘선천 개벽 이후로 홍수나 가뭄, 전쟁이 서로 번갈아서 이 세상을 덮쳤으나 큰 질병만은 없었다. 오직 이것만은 그냥 그대로 두고 너희들에게 개벽할 때 사는 방법을 전하여 준다. 괴병이 터질 때는 몸 돌이킬 여가가 없이 홍수 밀리듯 한다. 오다 죽고 가다 죽고 서서 죽고 밥 먹다 **서 묶어낼 자가 없어 쇠스랑으로 찍어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괴질이 창궐하는가. 그건 ‘봄·여름 세상’의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천하의 병을 빚어낸 결과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을 개벽기에 천지에서 병으로 사람을 솎아내는 겁니다.

그런데 죽는 이치가 있으면 사는 이치도 있을 것 아닙니까. 증산 상제님은 그 사는 방법을 의통(醫統)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의(醫)는 살린다는 의미이니, 의통이란 살려서 통일한다는 뜻입니다. 천지에서 죽이는 때에 상제님의 대권으로 살려서 모든 것을 통일한다는 것입니다.

증산도의 존재 목적이 바로 이 의통으로 개벽 때에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죽는 세상에 사람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게 바로 상생입니다.


세상만사가 다 순(順)해야 하는데 지리만은 역(逆)해야 합니다. 서울을 보면 북악산을 주산으로 해서 오른쪽 인왕산 줄기 안쪽부터 남산 골탱이까지, 장안의 물이 전부 청계천으로 모여들어 거꾸로 치올라가 중랑천으로 해서 빠져나갑니다. 청계천 물은, 동에서 서로 흐르는 한강 물줄기와는 정반대로, 서에서 동으로 거꾸로 흐르지 않습니까. 서울에 도읍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청계천 물이 그렇게 역류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청계천이 역류하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그저 몇km 남짓 됩니다. 서울이 넓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게 좁은 터전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그 기운으로 조선왕조 500년을 끌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세계지도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딱 중심에 있습니다(그림 참조). 그리고 일본이 이렇게 바짝 오그려 우리나라를 감싸주고 있는데, 요걸 내청룡(內靑龍)이라고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일본이 우리나라의 담장이고 성곽인 셈입니다. 또 여기 중국 대륙에서부터 싱가포르까지가 내백호(內白虎)입니다. 청룡은 나는 것같이 보이고, 백호는 순하게 엎드려 있는 것 같아야 지리가 되는 것입니다. 저 중국을 보십시오. 아주 첩첩이 에워싼 만첩백호(萬疊白虎)입니다. 그게 다 내백호입니다. 그리고 저 아메리카 대륙은 외청룡(外靑龍)이고, 아프리카 대륙은 외백호(外白虎)입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앞쪽은 우리나라의 안산(案山)이 되고, 기운이 빠지는 곳, 즉 물이 빠지는 파(破)는 대만해협입니다. 그리고 동해와 서해는 내명당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구의 기운을 우리나라에 다 몰아놓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지구의 오대양 육대주가 한반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자리해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볼 때 대우주가 형성될 때부터 우리나라가 지구의 혈(穴)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볼 때, 서울의 청계천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어디냐? 그게 바로 금강입니다. 이 금강 줄기를 보면, 저 진안 무주에서부터 추풍령, 속리산 물이 전부 거꾸로 남에서 북으로 흘러 공주까지 치오릅니다. 그래서 공주 곰나루에 이르러서 부여 쪽으로 구부러져 장항 군산으로 내려가지 않습니까. 이 세계 어디에도 이런 자리가 없습니다.

서울 터와 한번 비교해보십시오. 여기에 비하면 서울 터는 손바닥만한 것입니다. 여기 대전이 서울 터의 몇천 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장차 대전에는 세계일가(世界一家) 통일정권이 들어섭니다. 앞으로 때가 이르면 한국이 세계문화의 중심지가 됩니다. 근래 한류(韓流)니 뭐니 하는 게 다 그런 천하 대운이 움직이면서 나오는 겁니다.

상제님께서는 인간으로 오셔서 신명 해원 공사를 통해 앞 세상의 프로그램과 시간표, 이정표를 정하셨습니다. 마치 한 나라의 통치자가 나라 살림을 계획하듯, 상제님이 이 세계 역사가 둥글어가는 판을 짜놓으신 것입니다.

오선위기란 상제님이 세계 정세를 다섯 신선이 바둑 두는 형국으로 잡아 돌리신 걸 말합니다. 요새도 보면 한반도 주변에 미·일·중·러 4대 강국이 있지 않습니까. 상제님은 우리나라와 주변 4대 강국을 바둑 두는 다섯 신선에 비유해서 말씀하신 겁니다. 현재 세계 사람들이 6자회담이니 뭐니 하는데, 그게 다 상제님의 오선위기 공사로 둥글어가는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일·중·러가 6자인데, 남북은 한 민족이니까 한 신선으로 보고 4대 강국을 네 신선으로 보면 그게 바로 오선위기입니다.

상제님 공사에 의하면, 장차 남북문이 열립니다. 또 남북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괴병이 터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남북통일이 되는데, 그게 언제쯤인지는 지켜보면 차차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앞 세상은 어떠한 세상이 되느냐?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해서 ‘산에는 도적이 없고, 들에 흘린 것도 줍는 사람이 없게 되는’ 시대가 됩니다. 농사짓고, 밥 하고, 청소하는 일은 모두 로봇을 시켜서 합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결실을 맺고 나노 시대도 열릴 것입니다. 인간이 100살은 기본이고, 1000살까지도 살 수 있는 때가 옵니다.

또 앞 세상은 신인(神人)이 합일(合一)해서, 신명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세상입니다. 신명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은 신명을 만나서 모든 것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말로만 선경(仙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데 아쉬울 것이 없는, 그야말로 땅 위의 선경이 됩니다.

道典 러시아어 번역 3인
“세계적 보편성 갖춘 종교 … 한국 문화 세계화 계기”


러시아인들도 동양 사상에 익숙하다. 특히 러시아어로 번역된 ‘도덕경’은 인기가 높다. ‘도전’이 도에 관한 경전이어서 러시아인들도 큰 관심을 나타낼 것이다.”(세르게이 쿠르바노프)

“증산도는 민족적 색채가 짙긴 하지만 민족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증산도는 한국에서 생겨난 종교이지만 동시에 세계적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루스 블라디슬라프)

“증산도 ‘도전’은 한국 문화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언어, 풍습, 역사, 지리 등 없는 게 없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이만큼 좋은 자료도 없다. ‘도전’의 외국어 번역 출간은 한국의 문화와 사상을 세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빅토르 아크닌)
 
사진은 외국어로 번역된 ‘도전(道典)’.
증산도 경전인 ‘도전’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고 있는 러시아 학자 3인의 소감이다. 이들의 작업은 올해 안에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한국역사학과 교수인 쿠르바노프는 92년 이 대학에서 한국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5년 이후 10년째 ‘한국의 사상과 종교’를 가르치고 있다. 93년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증산도를 접하게 된 그는 학기 중엔 인터넷으로, 방학이 되면 직접 한국을 찾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같은 대학 어문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증산도사상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빅토르 아크닌 박사는 11개 국어에 능통하다. 70년대 초반 북한에 유학,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에서 공부했던 그는 “‘도전’은 100년 전 600만 신도를 거느렸을 정도로 번영했던 민족종교의 경전인 동시에 한국의 역사와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텍스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대 언어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블라디슬라프 씨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증산도와 만난 이후 학문적 차원에서 증산도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 사상은 서양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전통사상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증산도 연구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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