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더 좋은 곳으로 가시길
증산도 제천중앙도장 김○○(여, 46세)
아주 오래된 지워지지 않은 기억이 하나 생각납니다. 어머니께서는 가을 추수가 끝난 날에는 시루떡을 꼭 하셨습니다. 시루떡을 접시에 옮겨 담으시고는 언니, 저, 동생에게 장독대, 화장실, 마당, 몽당, 다락방, 부엌, 아궁이, 과수원 초입에 한 접시씩 놓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깜깜한 밤에 시루떡을 돌리는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라고 말하는 그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날 하루는 종일 저희들에게 “뛰지도 말고 시끄럽게 하지도 마라” 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신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신다는 거였습니다.
고작 열 살 안팎이던 저희는 하기싫은 마음에 미신이라고 퉁퉁거렸습니다. 그러나 떡을 돌린 뒤 먹는 떡맛이 어찌나 맛나던지 참 즐거운 기억중 하나로 남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장독대에서 기도 하시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엄마가 기도하는 모습은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잊힐뻔한 감사함
세월이 지나 각자 성장하여 학교를 졸업할 때쯤 어머니는 시루떡 돌리는 일을 더 이상 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카톨릭으로, 언니와 저는 기독교로 신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어느 날부터 저희집에서 제사라는 것이 사라졌습니다. 문상을 하러 장례식장을 가도 절도 하지 않았거니와 음식조차 먹지 않았으니 조상에 대한 감사함이 사라지고 유별난 신앙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근 25년 동안 저희 집에서의 제사풍경은 추석, 설날에만 형식적으로 지내는 의무적인 일로 치부되었습니다. 종교를 갖지 않고 있는 사람은 절을 하고 종교가 있는 사람은 목례로 간단히 마무리하였지만 아버지는 정성스레 차례를 올리셨습니다.
기독교의 ‘신은 유일신이다, 나 외에 다른 신은 모시지 말라, 귀신에게 절하면 사단마귀에게 속는 것이다’ 라는 신념이 25년 동안 무의식에 박혀서 깨지기가 참으로 어렵더군요.
그리고 여러 인연의 실타래로 2017년 봄에 저는 증산도에 입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포감님과 인도자분에게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 드린 뒤 다니던 교회를 마무리하고 개인적으로 증산도 도전말씀을 앱으로 다운받아 읽으며 상생방송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 당시에 주신 책으로 과연 증산도가 무엇인지, 증산도에서 중요시하는 조상모시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 해 가을,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제사 모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살아생전에 내 아버지였으며 돌아가시면 또한 나의 조상님되시니 아버지께서 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하고 꼬박꼬박 절을 올리고 향을 피워드렸습니다.
제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었나 할 정도로 자연스런 행위가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꿈에 보이셨는데 아무 말씀없이 저를 바라보다 가신 아버지는 측은해 보이기까지 해서 저는 마음이 슬펐습니다.
올해 봄과 가을에 다시 꿈에 나타나신 아버지께 증산도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드리고 올 겨울 제천중앙도장에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두 해나 지났음에도 반갑게 맞아주신 수석포감님과 직장동료이자 증산도에 대해 끊임없이 말씀해주신 박 성도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리며 바른 심법으로 참다운 진리씨앗으로 쓰임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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