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제문화의 핵심 천제와 세계 속 자취


상제 문화의 핵심은 천제


상제 문화의 대표적인 의식이 바로 제천 문화입니다. 하늘의 상제님께 올리는 제례라 하여 천제天祭라 합니다.


천자가 새 나라를 열거나 새로 등극을 할 때도 제일 먼저 하늘의 주인이신 상제님께 제를 올려 고告하였습니다. 그것이 봉선제封禪祭입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배달국의 태조 환웅천황이 문명개척단 3천 명을 이끌고 지금의 백두산 지역에 나라를 세운 후 친히 제단을 쌓고 상제님께 천제를 올렸습니다.



마니산참성단



또한 약 4,300년 전 고조선의 초대 단군 때에는, 삼신 상제님께 제를 모시는 제관祭官이었던 단군 성조의 세 아들이 강화도 마리산에 삼랑성과 참성단을 쌓고 천제를 지냈습니다. 삼신을 수호하는 핵랑核郞이라 하여 그들을 삼랑三郞으로 불렀습니다.


천제 문화는 고조선 이후 삼국 시대와 고려 시대로 이어져 왔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기록이 보입니다.


근래에 들어서 세계의 고고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유적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부터 백 년에 걸쳐 중국 요서 지역에서 발굴되고 있는 ‘홍산紅山 문화’ 유적이 그것입니다. 이는 인류 태고 시대 제천 문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홍산 문화의 출현 연대는 지금부터 4천여 년 전에서 최고最古 8천5백여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꼽히는 수메르 문명이 약 5천5백 년 전에 시작되었는데, 홍산 문화는 그보다 무려 3천 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홍산 문화 유적지에서 발굴된 제단, 사당, 무덤 같은 종교 의례를 상징하는 축조물과 용, 봉, 사람 모양의 각종 옥기玉器 들은, 당시 이곳에 이미 ‘국가 형성 단계의 조건을 다 갖춘 문명’이 꽃피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많이 보이는 빗살무늬 토기, 고인돌, 적석총, 비파형 동검 등도 대량 발굴되었습니다. 이것은 ‘내몽골-만주-한반도’로 이어지는 북방 문화권의 유물들로서 황하를 중심으로 한 남방 문화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홍산 문화의 주인공이 바로 동방 한민족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5천5백 년 전에 축조된 제천단이 나왔습니다. 돌을 쌓아서 만든 이곳의 제단들은 길이 160m, 너비 50m 규모로서 초대형입니다. 이 제단의 형태는 명·청 시대 때 중국 황제들이 상제님께 천제를 지내던 북경 천단天壇의 원형이라고, 중국의 학자들도 인정을 합니다. 강화도 마리산의 참성단, 홍산 문화 유적지의 제단, 북경의 천단 등은 그 구조가 모두 천원 지방天圓地方형으로 상제 신앙의 역사를 보여 주는 산 증거입니다.






홍산 문화 유적 발굴은 땅 속에 뿌리처럼 묻혀 있던 인류의 시원 문화가 가을개벽의 때를 맞이하여 서서히 밝혀지는 역사적인 과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뿌리를 찾고, 뿌리로 돌아가고, 그 뿌리와 하나 되는 원시 반본 정신에 따라 인류의 ‘원형 문화’가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3장 끝 특각주 참고)




지구랏과 초기 피라미드는 상제 문화의 자취


서양 문화의 뿌리는 그리스·로마 문명이 아니라, 그보다 더 오래된 5천5백 년 전, 지금의 이라크 땅에서 꽃피었던 수메르 문명입니다. 수메르 사람들은 동방의 ‘검은 머리 족속black­headed people’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 수메르 문명권에 살던 아브라함이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유대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원래 높은 산에 올라 제를 올렸던 수메르인은 중동의 평야 지역에 정착한 후에도 그 풍습을 이어 높은 산을 모방한 제단을 짓고 천제를 지냈습니다. 다신多神 신앙을 한 수메르 사람들은, 하나님을 대리하여 우주를 실제로 다스리는 일곱 주신主神에게 제를 올렸는데, 그 제단이 바로 지구랏ziggurat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도 바빌론 지역에 세워진 지구랏입니다. 


수메르 문명이 이집트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그곳에도 지구랏이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이집트의 초기 피라미드입니다. 초기 피라미드는 하늘에 제를 올리던 제단으로 윗면이 평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피라미드가 왕족의 무덤이 되면서 윗면이 뾰족한 형태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서양 문화를 탐방하다 보면 웅장한 신전이나 교회, 성벽 등을 만든 건축술에 감탄을 하곤 합니다. 그리스·로마의 지중해 유역에서부터 북유럽에 이르기까지 그런 유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건축술이 바로 동방의 피라미드에서 온 것이라 합니다. 


이집트의 초기 피라미드와 형태가 유사한 제천단이 동서양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 유럽의 독일, 이탈리아와 유럽 지역과 라틴 아메리카에도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는 몽크스 마운드Monk’s Mound라고, 흙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과 같은 제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주, 서안西安, 티벳 등지에도 이집트보다 훨씬 많은 피라미드가 널려 있습니다.


요컨대 수메르의 지구랏, 이집트의 초기 피라미드, 그 밖에 지구촌 도처에서 발견되는 피라미드는 본래 천상의 상제님께 천제를 올리던 제천단인 것입니다.



상제 문화를 잃어버린 한민족


거듭 말하지만, 오늘의 동서양 세계 문화를 열어 준 뿌리 문화가 바로 동방 한민족의 상제 문화입니다.
그런데 정작 뿌리 문화의 본적지인 동방 땅에서 상제 문화는 환국·배달·조선의 삼성조 시대가 지나고 열국列國 시대 이래 외래 사상과 종교가 한반도에 유입되면서 점차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물론 갖은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상제 문화를 지키려는 일부 깨어 있는 학자들의 노력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천거했던 서애 류성룡(1542~1607)입니다. 서애가 이순신 장군에게 써준 다음 글을 보면, 천지 만물을 다스리는 상제님을 마음 속 깊이 공경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깊은 밤 어둠 속에 상제님께서 내게 임하시네. 방안 깊숙이 홀로 있는 곳에도 신명이 살피고 계신다네. … 삼가고 두려워하여 상제님의 법칙대로 따를지어다. (『서애집』「독침불괴금명」)


그렇다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큰 칼 옆에 차고 높은 망루에 홀로 앉아’ 나라의 운명을 깊이 걱정하던 이순신 장군은 누구에게 간절히 기도했겠습니까? 바로 상제님입니다.


류성룡의 11세 후손인 류신영(1853~1919)은 고종 황제가 일본 제국에 의해 독살을 당하자 분개하여 고종의 장례일에 자결한 열사입니다. 류신영이 남긴 글을 보면 “나는 죽어서 위로 옥황상제님께 아뢰고 아래로는 저승의 관리에게 하소연하여 국맥國脈을 회복하고 우리 동포의 한을 씻길 원한다. 상제님께 원통함을 호소하여 신병神兵과 귀졸鬼卒을 빌려 원수를 갚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또한 천상 옥경에 계신 상제님을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조선 후기에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1762~1836)도 ‘상제 신앙’을 외쳤습니다. 다산은 한때 서양에서 들어 온 천주교를 믿었으나 천주교에서 조상을 우상이라 하여 제사를 거부하고 신주神主를 불태우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후 다산은 유교의 원형인 원시 유교로 돌아가‘하늘의 주인[天主]’을 모시는 상제 신앙에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주요 경전 속에 드러난 상제 사상을 정리하여 방대한 주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렇듯 몇몇 학자들에 의해 맥이 이어져 오던 상제 신앙은 대한제국의 애국가에서 다시 한 번 살아 숨 쉬게 됩니다.


조선 말, 을사조약 폐기를 상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한 민영환이 생전에 고종 황제의 명에 따라 작사한 애국가쫡를 보면 ‘상제는 우리 황제를 도우소서’라 하여, 상제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 침략기를 거치고 근대에 이르면서 한민족은 상제님을 완전히 망각해 버렸습니다. 현재 한국 사람 중에 상제님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상제님이 누구신지 아세요? ‘상제’라는 말을 들어봤어요?” 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상제님을 그저 무당들이 믿는 신, 중국 사람들이 섬기는 신 정도로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본래 동방 문화의 주역이요 인류 태고 문화의 창시자였던 한민족이 광활한 대륙에서 좁은 한반도로 밀려 들어와, 시원 문화의 주인이신 상제님도 잃어버리고 자기 역사도 송두리째 잃어버린 채 맹인처럼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원시로 반본하는 우주의 가을철을 맞아 상제님께서 동방 땅에 강세하셨습니다. 우리 한민족은 속히 잃어버린 상제 신앙을 회복하고 뿌리 역사를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